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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박재완 장관의 당당한 초심을 믿는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MB정부의 인사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회전문, 고 소 영’인사로 집권 내내 이명박 정부가 편중인사 비판을 받는 가운데 그나마 괜찮게 뽑은 장관이라는 것이다. 특히 전임 윤증현 장관의 카리스마에 자칫 가려질 뻔했는데도 이를 극복하고 사실상 경제부총리 역할을 다해가며 국내외 금융위기 등을 무난히 헤쳐왔다는 평가다.

그러나 그가 지금 위기에 빠졌다. 대선을 겨냥해 무상보육을 밀어붙이는 여당, 새누리당 때문이다. 이는 서울 서초구에서 0~2세 무상 보육을 돈이 떨어져 못하겠다고 두 손을 들면서 다른 자치단체들도 가세할 기미를 보이자 여당이 예비비 6200억원을 투입해서라도 계속 지원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비롯됐다. 당초 박 장관은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우후죽순의 복지 포퓰리즘에 맞서 스파르타의 레오니다스가 지휘하던 300명의 전사처럼 테르모필레 협곡을 굳건히 지키겠다”는 게 그의 취임사다. 한마디로 재정 건전성을 정치가의 인기주의로부터 지킨다는 뜻이다.

이번 예비비 지출 압박에도 그렇게 응수했던 그다. 그게 지난 6일 외신기자회견에서 “국회와 원만히 조율하겠다”라는 말로 뒷걸음쳤다. 보육료 6000억원이 지원되면 다음에는 0~5세 아동의 집에서 키우는 양육비가 기다린다. 해마다 2조원쯤 된다. 그리스 스페인의 재정 펑크를 웃을 일이 아니다. 임기 얼마 안 남은 박 장관이 국고를 생각하는 고집을 부려볼 때다. 학자적 양심에다 공무원의 책임감이면 못할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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