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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한·일 군사협정 졸속 처리 이유가 뭔가
정부가 일본과의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안을 국무회의에서 비밀리에 통과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이 협정은 양국이 수집한 북한군과 사회 동향, 핵과 미사일에 관한 정보 등을 공유한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 직접적인 공격은 물론 장거리 미사일과 핵 개발 등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갈수록 증대되는 상황인 만큼 필요하다면 일본과도 관련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러시아 등 24개국과 같은 협정을 맺고 있는데 일본이라고 굳이 배척할 건 없다. 더욱이 일본은 이지스함과 공중조기경보통제기를 보유하는 등 정보수집 및 정찰 기능에 강점이 있어 그 역량을 활용하면 우리에게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문제는 협정 체결에 이르는 절차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이번 협정이 양국 간 군사적 동맹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이며 그럴 이유도 없다. 하지만 국방과 군사라는 민감한 정보를 일본과 나누기는 아직 이르다는 게 일반적인 국민정서다. 교과서와 독도, 일제 위안부와 강제징용 피해자 등 한ㆍ일 간 과거사 문제가 아직 풀리지 않은 상황이라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는 것이다. 정부도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해 그동안 체결을 미뤄왔다.

그런데 갑자기 군사작전 전개하듯 전격 처리한 까닭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보안 유지 차원인지 국무회의 전에 열리는 차관회의에서도 한마디 거론 없이 본회의에 즉석안건으로 상정했다. 명칭도 ‘군사비밀’을 빼는 편법을 동원했다. 한마디로 국민의 눈을 속이는 꼼수를 부린 것이다. 게다가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국민적 관심이 크고 졸속 진행을 바라지 않는 만큼 국회 차원의 논의를 거쳐 처리하겠다”는 약속을 한마디 해명도 없이 지키지 않았다.

군사협정은 국회 동의를 얻거나 공청회 등의 절차를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한ㆍ일 간 군사 분야 교류는 법 이전에 국민정서 문제가 함께 걸린 만큼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협정의 당위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국민적 이해와 공감대를 넓히는 노력을 더 기울였어야 했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우리의 민감한 군사정보가 일본으로 넘어갈 가능성은 없는지, 유사시 일본군이 한반도에 진주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는지 등 불안하고 궁금한 게 많다. 아직 양국 외무장관이 서명을 하지 않은 만큼 지금이라도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추가적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위안부와 독도 문제에 더 강한 메시지를 일본에 전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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