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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다시 닥치는 경제위기, 선제적 대응을
글로벌 금융시장이 연일 요동을 치고 있다. 그리스의 국가 부도 위기가 스페인과 포르투갈로 번지고 있으며 미국의 고용지표가 악화되는 등 경기 침체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 증시의 폭락세는 겨우 진정됐지만 여전히 하락장세가 이어지는가 하면, 우량국 국채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금값은 폭등하고 있다. 불황의 그늘이 짙어지면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급팽창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4일 코스피는 3%가량 큰 폭 하락하며 올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지구촌 전역을 덮친 먹구름이 폭우로 변해가는 느낌이다.

문제는 이번 유럽발 위기가 4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불안해 보인다는 것이다. 당시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은 문제 해결을 위한 정치력과 리더십을 십분 발휘, 어둠의 터널을 헤쳐나올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유로존은 구성 국가 간 느슨한 형태의 약속으로 연결돼 있어 이를 지키지 않아도 강제할 수단이 사실상 없다. 그러다 보니 재정위기의 기본 해법인 긴축을 둘러싸고 공방만 벌일 뿐 제때 손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그리스와 스페인의 환부는 더 깊어지고 있다.

우리 내부 사정 역시 이전 위기 때보다 좋지 않다. 그나마 사정이 어려울 때마다 경제의 버팀목이 돼주던 수출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물론 믿었던 중국 시장도 불안하다. 신흥국 시장 사정 역시 마찬가지여서 어디 한 곳 만만하게 기댈 곳이 없다. 9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는 더 큰 걸림돌이다. 국민들이 빚에 허덕이다 보니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산업생산도 덩달아 부진해지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대선이라는 대형 정치 이벤트가 맞물려 리더십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다. 정치적 갈등으로 인한 국론분열이 걱정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이번 위기를 “대공황에 버금가는 충격”이라고 진단했다. 지나치게 위기감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있지만 선제적 대응으로 더 적극적인 위기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적절한 경고다. 그런 점에서 재정을 효율적으로 재분배, 경기 부양 재원을 최대한 확보하고 추경 편성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이 절실하다. 그렇다고 지레 겁을 먹을 일은 아니다. 정부와 정치권, 국민이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차분히 대처하면 못 이겨낼 것도 없다. 이보다 더한 위기도 넘긴 우리 국민들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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