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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 - 조학국> 사각지대에 놓인 지방소비자
소비자 관련 고시 집행 등
자치단체 해야 할 일 많아
지방소비자권익 증진에
인력과 재정지원 확대를


전북 무주군에 사는 양모(63) 씨는 어느 날 한국가스안전공사에서 점검차 나왔다는 청년으로부터 사용 중인 가스레인지에서 가스가 새고 있어 교체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듣고, 계약금 5만원을 지불하였다. 한 달 후 가스레인지 대금 13만9000원 중 계약금을 뺀 나머지 8만9000원의 청구서가 송부되었다. 그러나 그는 한국가스안전공사와는 무관한 가스레인지 제조업체 영업직원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처럼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방해하거나 소비자에게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사업자의 행위를 억제하기 위하여 ‘사업자의 부당한 소비자거래행위 지정 고시’를 제정하고, 7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하였다.

그동안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소비자 피해사례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소비자를 기만하여 계약을 체결하는 행위, 강압적인 방법을 통해 계약을 체결하는 행위, 소비자에게 현저하게 불리한 내용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행위, 소비자의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행위, 사업자 자신의 권리를 남용하는 행위 등 5가지 유형의 17개 행위를 위법행위로 규정하였다. 그리고 이 고시를 위반한 사업자에 대하여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및 시정조치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였다. 소비자피해 예방과 부당행위 억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소비자기본법상 고시의 집행권한은 시·도지사에게 위임되어 있어 실제 위법행위에 대한 조사와 제재는 시·도지사가 수행해야 한다. 문제는 지방자치단체가 얼마나 고시를 차질 없이 효과적으로 집행하느냐 하는 것이다.

작년 한 해 ‘1372 상담센터’를 통해 접수된 소비자 상담(77만건) 가운데 서울을 제외한 지방에서 접수한 소비자 상담은 50만건 이상을 차지하고,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다양한 소비자관련법에서 시·도지사에게 소비자행정을 많이 위임하고 있지만, 정작 지자체에는 위임된 소비자행정을 담당할 조직이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도에 설치되어 있는 지방소비생활센터는 한두 명의 직원을 두고 있고, 업무도 한정된 범위의 소비자 정보제공과 소비자 교육을 실시하고 있을 뿐으로, 위임받은 소비자행정을 수행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한국소비자원 박희주 팀장의 말이다.

일본 정부는 2009년 9월 200여명의 인원으로 소비자청을 신설한 후, 소비자청의 원활한 역할 수행을 위해 2010년부터 3년간을 지방소비자행정의 집중육성·강화기간으로 정하고 지방 소비자상담 창구의 신·증설, 지방소비자행정 별도예산 확보 등 지방소비자행정 활성화 대책을 중점 추진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2011년 처음으로 부산에 지방본부를, 올해 광주와 대전에 지방본부를 각각 열었다. 다소 늦기는 했지만 지방소비자 권익 차원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지방자치법에서 소비자보호업무를 지자체의 고유 사무로 규정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지방자치단체, 한국소비자원 지방사무소, 지역 소비자단체 간의 원활한 협력체계가 지역단위에서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먼저 각 지자체 스스로가 소비자행정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고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 국가도 위임사무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필요한 재정과 전문 인력을 충분히 지원해야 한다. 최근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소비자권익증진기금’ 입법화 논의도 소비자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인 지방소비자의 권익 증진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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