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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흑색선전 다시는 선거판에 발 못붙이게 해야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 씨와 ‘가까운 사이’라는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의 발언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이 뜨겁다. 박 원내대표는 “박 전 위원장이 박씨를 수차례 만났고, 저축은행 로비에 어떤 작용을 했는지 의혹을 밝히라”며 검찰 수사를 요구했고, 박 전 위원장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명예훼손 혐의로 박 원내대표 등을 고소했다. 급기야 서병수 새누리당 사무총장과 민주당 대표 경선에 참여하고 있는 김한길 후보까지 가세,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공방을 지켜보는 국민들 마음은 불편하다 못해 짜증스럽다. 대선을 앞두고 우리 정치판의 고질적 병폐인 흑색선전이 또 시작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민의 지도자가 되겠다고 나선 대선 주자는 누구든 기본 자질은 물론 과거 행적과 도덕성 등에 대한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그 내용은 철저히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니면 말고’식의 흑색선전이 판을 치게 된다. 흑색선전은 민의를 왜곡하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갉아먹는 죄질 나쁜 범죄다. ‘병역 비리 은폐설’ ‘1억원 피부숍’ 등 과거 선거에서 우리는 흑색선전의 폐해를 확실히 경험했다. 흑색선전이 정치판을 흔들고 국민을 현혹하는 구태가 더 이상 반복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박 원내대표는 박 전 위원장의 브로커 연루설을 제기한 것은 ‘검증’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의혹 부분을 명확히 적시하고 그와 관련한 증거물들을 동시에 내놓아야 한다. 그게 공당 대표의 책임 있는 자세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는 “제보가 확실하다” “육성 파일도 있다”며 변죽만 울릴 뿐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더욱이 “대선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급할 게 없다”고도 했다. 적당히 시간을 끌며 대선전에서 본격 이슈화하겠다는 속셈이 지나치게 노골적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증거 공개를 미루며 자꾸 시간을 끌면 민주당이 지긋지긋한 흑색선전을 또 시작했다고 단정해버릴 것이다.

무엇보다 검찰이 신속히 수사에 나서야 한다. 우선 박 원내대표가 가지고 있다는 인적 물적 증거를 강제로라도 제출하도록 해야 한다. 박 원내대표도 검찰에 수사를 요구한 만큼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검찰 조사 결과 연루설이 사실이라면 적극 부인했던 박 전 위원장은 법적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반면 그 반대의 경우라면 모든 책임은 박 원내대표 몫이다. 어느 한쪽이 치명상을 입더라도 흑색선전이 선거판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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