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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김대우>그리스와 유로존은 지금 ‘치킨게임’중
양측 충돌시 유로존 탈퇴 등 최악
EU 양보땐 구제금융 재협상 가능
시리자 양보땐 추가긴축 재추진
그리스 잔류여부 재총선서 주목


제임스 딘이 주연한 영화 ‘이유 없는 반항’에는 절벽을 향해 전속력으로 차를 몰다 추락 직전에 뛰어내리는 담력시합 장면이 나온다. 절벽 끝에 가장 가까이 접근한 뒤 뛰어내리는 쪽이 이긴다. 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선 이런 자동차 게임이 유행했다. 마피아도 유사한 게임을 했다. 두 명의 경쟁자가 한밤중에 도로 양쪽에서 상대방을 향해 자동차를 몰고 정면으로 돌진하는 것이다. 핸들을 먼저 꺾는 겁쟁이(chicken)를 가린다고 해서 ‘치킨게임(chicken game)’이라 불렸다. 둘 다 핸들을 꺾지 않을 경우 결국 충돌해 양쪽 모두 자멸하게 된다.

요즘 그리스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당수가 유로존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벼랑끝 전술은 치킨게임을 떠올리게 한다. 그는 연일 “그리스를 유로존에서 탈퇴시키는 것은 스페인과 이탈리아를 쓰러뜨려 유럽 전체를 침몰시키는 것”이라고 떠들고 있다. 또 유럽 지도자들을 협박한다거나 공포에 떨게 하려는 게 아니라면서도 “그리스 정책과 유럽 정책을 바꾸지 않는다면 유럽이 매우 큰 위기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고 거듭 경고한다.

이에 맞서는 유럽연합(EU) 측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그리스의 ‘질서 있는 유로존 탈퇴’를 흘리면서 긴축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퇴출뿐이며, 그렇게 하더라도 위기를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맞불을 놓고 있다. 마주 보고 달리는 형국이다. 그리스의 탈퇴가 유로존 붕괴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하지만 위기가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으로 전이될 경우 스페인의 유로존 탈퇴 등 파국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와 디폴트(채무 불이행)로 인한 국제사회 피해규모만 1조유로(약 148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럼에도 양측이 끝내 충돌한다면 구제금융안 파기 및 유로존 탈퇴 등 최악의 결과가 예상된다. 만일 EU가 양보한다면 그리스는 구제금융 재협상과 긴축 프로그램 완화라는 최선의 결과를 얻게 된다. 하지만 긴축안을 거부하고도 유로존에 남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실현 가능성이 낮다. 시리자가 양보하는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때에는 그리스 정치권이 1차 총선에서 거부된 추가 긴축을 재차 추진할 힘이 있는지가 관건이다.

물론 양쪽 다 양보한다면 차선의 결과가 예상된다. 전면적인 재협상은 불가하더라도 비핵심 조항에 대한 재논의를 이끌어내는 식이 될 것이다. EU와 그리스 간에 체결한 1300억유로 규모의 2차 구제금융 양해각서는 그 내용상 본질적인 부분에서는 협상이 가능한 성질이 아니지만, 핵심이 아닌 주변부의 문제들은 협상을 통해 조정 가능하다는 얘기다. 예컨대 구제금융협상은 그대로 유지하되 성장 촉진을 위한 지원조치들을 취해 그리스 국민들의 고통을 어느 정도 덜어주는 것이다.

현재로선 치프라스의 치킨게임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EU가 한발 물러나 그리스의 재정적자 감축 목표를 늦춰줄지, 아니면 끝내 구제금융 중단으로 그리스의 국가부도, 나아가 유로존 탈퇴, 유로존 붕괴 등의 수순을 밟을지는 일단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 여부를 가리는 성격이 될 것으로 보이는 재총선에서 판가름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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