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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김형곤> 유럽이 내 잔고 축낸다
돌파구 없는 유로존 사태에
R의 공포에 떨고 있는 세계경제
시장은 외부요인 따라 좌지우지
당분간 투자에 신중 기해야


깨어나기 무섭게 머리를 싸맸다. 간밤의 유럽 증시는 또다시 급락했고, 미국 시장도 그 여파로 약세로 끝났다. 새벽녘에 해외 주요 증시의 지표를 확인하는 순간 둔기로 뒤통수를 얻어맞는 기분이다.

증권 브로커 생활 15년차의 배테랑 김모 차장. 벌써 이렇게 밤을 뒤척인 적이 오래다. 요즘은 스트레스를 넘어 짜증이 난다.

국내 기업의 펀더멘털만 보면 코스피가 더 올라도 시원찮을 판에 해외,특히 유럽이 문제다. 그리스,이탈리아,스페인,포르투갈,프랑스 모두 글로벌 증시에서 공공의 적들이다. 비단 증권사 직원들뿐만 아니라 일반 투자자들도 불면의 날들이 최고조에 달한다. 자고 나면 내 계좌의 잔고가 줄어든다는 생각에 부아가 치민다.

유럽은 현재 돌파구가 없어 보인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했다. 벼랑끝으로 몰린 그리스가 결국 유로존을 탈퇴하면 그 충격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리스는 자본 이탈이 가속화되고, 화폐가치는 폭락하면서 인플레이션이 극심해질 것이다. 옛날 화폐인 드라크마가 부활하면 유로화로 된 모든 계약은 재조정되느라 상당한 혼란이 불가피하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 비중이 낮아 화폐가치 하락의 단맛에 젖기도 쉽지 않다. 구제금융도 받지 못하게 되면서 그리스는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정치적 혼란이다. 그리스는 15일(현지시간) 연정 구성에 실패,또다시 총선을 치러야 할 판이다. 재총선을 치르게 되면 6월 재정긴축안 타결 난항,급진좌파연합인 시리자의 1위 부상,신용등급 재차 강등,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 보류가 기다리게 된다.

그리스엔 회복을 위한 3가지 조건인 강력한 정치적 리더십과 나라를 걱정하는 공직자,고통을 감내할 국민이 모두 없어 보인다. 그리스는 벌써 뱅크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16일 구제금융 1주년을 맞는 포르투갈은 2차 구제금융이 논의될 전망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국채가 싸구려로 전락하고 유로화 가치가 폭락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 2조원 넘게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 중에는 유럽계가 압도적이다. 재무건전성을 높이고 돈줄 확보가 급한 유럽의 금융기관과 기업들로서는 자금회수가 당연한 수순이다.

물론 현재 국내 증시 상황이 과매도 국면이며 국내 기업들의 실적 대비 저평가 상태라는 분석도 나온다. 맞는 말이지만 눈을 해외로 돌려보면 상황은 다르다.

브릭스(BRICs)의 맏형 중국도 비상이다. 소비와 수출 증가율이 동반 하락,13년 새 최저 성장이 우려된다. 유럽 위기의 영향에서 중국도 예외일 수는 없다.

각국의 경제가 R(Recessionㆍ경기침체)의 공포에 시달리는 가운데 국제 유가와 금값도 추락세다. 미국과 중국의 양적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지만, 설사 이뤄지더라도 반짝 호재에 그칠 공산이 크다.

경제 대공황 때나 나옴직한 ‘완벽한 폭풍(퍼펙트 스톰)’이란 용어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와 비관론자로 유명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퍼펙트 스톰’을 경고했다.

현 주식시장에서는 기술적 분석보다는 이 같은 나라 밖 여파가 훨씬 더 힘을 발휘하는 상황이다. 당분간은 투자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kimh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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