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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국공립·기업 보육시설 획기적으로 늘려야
엊그제 보건복지부가 밝힌 어린이집 운영실태 조사결과를 보면 비리 백화점이 따로 없다. 있지도 않은 교사와 원생을 있는 것처럼 꾸며 정부 지원금을 챙겼고, 각종 비용 부풀리기는 기본이다. 아이들을 일찍 보내고도 연장교육 했다고 돈 더 타내는가 하면, 개인 용도로 사용한 차량 기름값과 식비를 어린이집에서 사용했다고 속이는 좀스러운 횡령도 마다하지 않았다. 유통기한이 지난 식자재를 쓰거나 미등록 통학차량 운행, 건강검진 미실시 등 엉터리 운영과 위법 사항도 수두룩했다. 아무리 장삿속이라지만 최소한의 교육자적 양심조차 내팽개친 모습에 기가 막힐 따름이다. 이런 비교육자적인 원장들의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고 부모가 어떻게 안심하고 생업에 전념할 수 있겠는가.

더 놀라운 것은 경찰에 적발된 181곳 어린이집 원장들의 행태다. 이들은 영어수업 등 특별활동 업체들과 짜고 학부모들에게 70% 이상 비용을 부풀려 청구한 뒤 그 차액을 되돌려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렇게 챙긴 게 억대에 이르는 사례도 있다. 리베이트를 거절하는 일부 원장들은 모임에서 왕따시키는 방법으로 압박했다고 한다. 범죄집단에서나 볼 수 있는 충격적인 장면들이다.

비리와 불법 어린이집은 보조금 환수나 영업정지 정도에 그칠 게 아니라 아예 문을 닫도록 해야 한다. 또 한번 비리를 저지른 원장은 자격을 영구 박탈, 다시는 어린이집을 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민ㆍ형사상 책임을 물게 하는 것은 기본이다. 차제에 어린이집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과 정책 전면 재검토를 강구해야 한다. 먼저 어린이집 운영실태에 대해 전수조사할 필요가 있다. 이번처럼 일부 문제가 있는 곳만 조사를 하면 정부 지원금만 교묘히 따먹는 고질적인 어린이집 비리를 근절하기 힘들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국가와 지방정부가 관리하는 보육시설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이다. 부부 맞벌이가 일반화되면서 어린이집 수요는 매년 크게 늘고 있다. 정부도 이런 추세를 감안, 국민 복지 차원에서 무상 보육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그 수요의 대부분을 영세한 민간 보육시설이 감당할 수밖에 없다. 제대로 된 시설과 관리가 가능한 국공립 보육시설은 5%도 채 되지 않는다. 개별 보육비 지원보다는 차라리 그 돈을 시설 확충에 사용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아울러 기업들도 사내 보육시설 확대에 적극 나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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