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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통진당, 특위 설치한들 뭐가 달라지나
통합진보당의 4ㆍ11 총선 비례대표 후보자 선출과정에서 이뤄진 부정선거의 실체가 양파껍질처럼 차례로 벗겨지고 있다. 중복투표 의혹에 이어 투표자들의 주민등록번호 뒷자리 숫자가 일치하는 사례가 새로 드러났다. 같은 인터넷 주소(IP)에서 투표한 5명의 주민번호 뒷자리가 일치했다는 것이니 우연의 결과라고만은 여겨지지 않는다. 또 다른 3명도 주민번호 뒷자리가 일치했다고 한다. “부실은 있었지만 부정은 없었다”는 당권파의 궤변성 해명에 대해 진상조사위원회가 추가로 제시한 증거다.

그런데도 당권파는 억지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정희 대표의 주장대로 주민등록 뒷번호가 같은 사람이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동일 IP에 접속한 투표자 가운데서 이렇게 적잖은 우연의 일치가 나오는 것이 과연 가능할 것인지 수긍하기 어렵다. 당원 명부상에 그림자로만 존재하는 유령당원의 소행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일부 선거구에서는 명부상 투표권자보다 실제 투표 수가 더 많았다는 진술도 제기됐다. 하지만 당권파는 정치공작이라며 맞서고 있다.

이정희 대표는 오히려 당초의 사퇴 의사를 번복하는 한편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준호 공동대표에게 정치적·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앞서의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에 대해서도 손해배상 청구를 하겠다는 것이니 마치 막장 정치 드라마의 한 장면을 보는 기분이다. 강경한 대응으로 파장이 더 이상 확산되는 사태를 막겠다는 얄팍한 속셈에 지나지 않는다. 그야말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겠다는 태도다. 우리 정치권에서 진보를 표방하는 핵심 지도자들의 실체적인 모습이 과연 이 정도 수준밖에 되지 않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의 진정성을 믿고 표를 찍어준 유권자들에 대해서도 명백한 배반이다.

결국은 당내에 다시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경선과정 전반에 대한 추가 조사를 하기로 합의에 이른 모양이다. 부정선거가 있었다면 그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 대책도 함께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권파가 이미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거부한 만큼 똑같은 결론이 내려지더라도 그대로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따가운 시선을 피하며 다른 궁리를 내겠다는 의도로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특위는 얄팍한 자기방어 술수의 연장이란 사실을 국민들은 이미 꿰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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