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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공무원 시험과목 개편과 고졸 채용-김희삼(KDI 연구위원)
2008년에 84%까지 근접했던 대학진학률이 2011년에는 72.5%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고졸 직후 대학진학률은 높은 수준이다. 더욱이 계층별로 대학 진학 유형은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가구주의 월평균소득은 대학 미진학자가 131만원, 전문대학 진학자가 146만원, 지방소재 4년제 대학자가 190만원, 서울소재 4년제 대학 진학자가 247만원으로 조사됐다.

또한 저소득층 학생은 어렵게 대학에 진학한 후에도 대기업, 공무원 등 선호 직장으로의 취업 기회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와 휴학을 전전하다가 이른바 ‘스펙관리’를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태여 대학에 진학하지 않더라도 곧바로 취업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사회적 낭비를 방지하고, 고졸자에게도 선호 직장의 취업문을 넓힐 필요가 있다. 정부는 지난 1973년부터 공무원 시험에서 학력 제한을 철폐하였으며, 대부분의 민간기업들도 학력 철폐에 동참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같은 과잉학력 사회에서 학력 제한을 철폐하자 오히려 대졸 이상의 학력이 고졸 출신의 일자리를 차지하고, 고졸 출신이 설 땅은 점점 좁아져 학력 인플레를 더욱 조장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에 따라 취업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대학에 진학할 수밖에 없는 풍조가 생겼다.

이에 대졸자의 하향취업이 49.6%에 달하고, 공무원 9급 공채시험의 고졸 출신 합격자 비율이 1985년 58%에서 2011년 1.7%까지 떨어진 것이 현실이다.

우선 청년 구직자들이 선호하는 공공부문, 금융권, 대기업 등의 채용에서 선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2012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13~24세)이 선호하는 부동의 직장 1위는 공무원(28.3%)이다.

그런데 국민들은 고졸 출신의 공직 진입장벽을 완화해야 한다고 느끼고 있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공무원 사회의 인적 구성에 대해 “다양한 계층의 국민들로 구성되어야 한다”고 76.4%가 대답했으며 특히 83.2%는 “취약계층의 가난 대물림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취약계층이 공무원이 될 수 있는 길을 넓혀줘야 한다”고 응답했다.

그동안 행정안전부는 기존의 기능인재 추천채용제 선발인원을 확대하고, 지역인재 9급 추천채용제를 신설하는 등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왔다. 더불어, 최근에는 9급 공채시험이 기존 대학 수준의 전문과목으로 인해 고졸 출신의 응시를 제한하는 측면이 있다며, 사회ㆍ과학ㆍ수학 등 고등학교 수준의 과목도 선택할 수 있는 시험과목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이러한 공무원 시험과목 개편 방침은 고학력자가 노동시장에 초과공급되는 인력수급의 미스매치를 줄이는 데 기여하고, 상대적 소수자인 고졸 출신도 우리 사회의 선호 직종인 공무원이 될 수 있도록 격려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러한 일련의 정부 정책이 계층 격차를 줄이고 계층 간 이동성이 제고되는 건강한 사회로 나아가는 데 있어 상징적인 의미와 현실적인 효과 양면에서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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