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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 - 박상근> 낡은 소득세제, 대수술 필요하다
세율 높은 편인 소득세
세수 비중 낮아진 이유는
탈세·과다한 비과세 탓
소득재분배기능 강화해야


우리나라의 경우 부자에게 적용되는 소득세 최고세율이 3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35.8%)보다 높다. 직접세 국가인 미국(35%)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다만, 세계적으로 높은 세율을 가진 영국 프랑스 일본의 40%보다는 2%포인트 낮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 소득세율은 비교적 높은 수준이다.

그런데 한국은행 분석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재정의 소득재분배 기능’이 취약한 국가에 속한다. 소득재분배 기능을 가진 소득세가 세율은 높은 반면 탈세, 과다한 비과세ㆍ감면과 소득공제로 과세대상이 줄어들어 세수 비중이 낮은 것이 주요 원인이다. 2009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에서 개인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우리나라가 3.6%로 미국(7.7%), 일본(5.4%), 독일(9.3%), 영국(10.4%), 프랑스(7.3%) 등 주요 선진국보다 낮다.

소득세 과세대상(세원) 확대로 소득세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이는 양극화 해소와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부자증세’와도 맞닿아 있다. 정치권은 세율을 올려 부자증세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잘못된 방향이다. 부자 관련 소득을 과세대상에서 제외하고 탈세를 방치하는 등 과세대상에서 빠져나가는 소득이 많은 상태에서 세율을 올려봤자 세수는 늘어나지 않는다. 세수는 ‘과세표준(과세대상)×세율’로 산출되기 때문이다. ‘고세율(高稅率)ㆍ저세원(低稅源)’, 우리나라 소득세제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먼저 부자 관련 금융소득과 금융자산 거래에 대한 과세 강화다. 경제발전 과정에서 저축을 촉진하고 주식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금융소득에 대해 과세상 우대하는 낡은 세제가 1975년 이래 37년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우리나라 소득세제는 어린아이 때 입던 옷을 장년이 된 지금도 그대로 입고 있는 꼴이다. 오랫동안 ‘과세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는 주식양도차익, 이자ㆍ배당 등 금융소득, 파생상품 거래 등에 대한 과세 강화가 시급하다.

다음으로 고소득 전문직 및 자영업자의 차명계좌를 이용한 탈세 방지다. 국세청의 세무조사에서 차명계좌로 돈을 받는 방법으로 탈세하는 사례가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마지막으로, 지하경제에 대한 세원 확대다. 우리나라 지하경제 규모는 GDP의 25% 내외로 추산된다. 세금 한푼 안 내고 숨어 있는 세원(세금부과 대상인 소득ㆍ재산ㆍ소비 등)이 약 275조원에 이른다. 지하경제를 반으로 줄여도 어림잡아 연 26조원이라는 막대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데도 정부의 대책은 미흡한 상태다.

앞으로 소득세제 개편은 세율 인상보다 비과세ㆍ감면 축소와 함께 누락 세원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세원 확대에 중점을 둬야 한다. 세원확대 정책은 소득세 비중 확대로 이어져 소득세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강화시킨다. 또한 세율 인상에 비해 조세저항과 경제에 미치는 비효율을 최소화하면서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 나아가 세 부담의 공평성과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는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는 이점도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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