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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국민의 이름’으로 단죄 마땅한 통진당
통합진보당 투표 부정은 단순한 정당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4ㆍ11 총선은 국민적 관심 아래 치러진 민주주의 요체 중의 요체로 중차대한 국가적 행사다. 통진당의 비례대표 투표 역시 총선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민주적 절차 중의 하나다. 그런데도 이번 비례대표 부정선거에 대해 이 당의 주류세력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사과나 반성쯤으로 어물쩍 넘어가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유감천만의 일이다.

특히 이정희 공동대표는 유시민ㆍ심상정 공동대표와 가진 어제 기자회견에서 무슨 연유인지 여유까지 부려가며 부정 대신 부실이라는 표현을 쓰는가 하면, 자체 진상조사 결과인 ‘총체적 부정선거’라는 단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줄곧 견지했다. 문제를 야기한 주류세력 대변자이기도 한 이 대표의 이런 태도는 국민을 노골적으로 희롱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비례대표 2번인 당권파 이석기 당선자는 사태 무마용으로 유시민 대표 측에 당권 거래를 시도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이 대표는 통진당 스스로 공개한 부정선거 증거까지 애써 무시하고 외면하려 든다면 화를 더 키울 뿐이란 것쯤은 잘 알고 있을 터이다. 이 자료들은 민주주의 근간인 투표가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유린당했음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볼펜으로 쓱싹 긋고 뭉개고 덧칠한 것에서부터 뭉텅이 투표용지, 원맨쇼 하다시피 한 투ㆍ개표 등 부정의 흔적들이 섬뜩하다. 아예 박스 하나 들고 표를 주워 담은 것과 다를 바 없다. 과거 비민주적 실내체육관 선거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진보성향인 서울대 조국 교수가 “현대화 이전에 근대화가 안 된 것 아니냐”며 비아냥댄 이유를 곰곰이 따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통진당은 국민의 이름으로 부정투표를 주도한 이들과 그 배후까지 철저히 가리고 또 정계 퇴출 등 엄중하게 단죄를 묻는 것이 순리다. 아울러 비례대표 투표 자체의 정당성이 훼손된 이상 해당자들에 대한 당선 취소 등 불가피한 절차를 밟아나가는 것이 훗날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당권파의 폐쇄적 당 운영을 타파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외골수보다는 타협과 대화를 중시하는 자세부터 가다듬는 것이 당장의 과제다. 환골탈태로는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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