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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퇴장하는 18대 국회가 남긴 교훈
18대 국회가 오랜만에 ‘밥값’ 했다는 소리를 듣는다. 마지막 본회의에서 몸싸움방지법에 묶여 있던 60여개 쟁점 및 민생법안을 처리했기 때문이다. 매우 다행스런 일이다. 관련 법안들은 수원 납치피살 사건으로 더 시급해진 112 위치추적, 가정상비약 편의점 판매 허용, 쇠고기 원산지 정보 등 유통이력 인터넷 공개 의무, 중증 응급외상환자 긴급 후송치료 등 그야말로 사회적인 화두이자 시급한 법안들이었다. 볼썽사납게도 이들 법안을 마지막 순간까지 볼모로 잡은 것이 바로 국회의원 자신들의 몸싸움을 방지하기 위한 국회선진화법이었다.

내용상으로는 다소 아쉬운 점이 없지 않지만 곡절 끝에 국회선진화법이 통과된 것도 의미가 작지 않다. 문제는 쟁점법안이나 특정 시기에 반드시 처리해야 할 법안이 소수의 반대에 막혀 장기 표류하거나 옴짝달싹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놀고먹는 국회가 될지 아닐지는 국회 스스로가 어떻게 노력하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저질 정치를 근절할 만한 근거도, 폭력을 엄하게 다스릴 법적 장치도 뚜렷해 보이지 않지만 이 역시 하기 나름이다.

차기 국회는 18대 국회가 남긴 오명을 반면교사로 삼기 바란다. 사상 최악의 국회라는 수식어 외에도 식물국회, 불임국회 등 실로 별칭이 많았다. 당리당략, 이전투구, 비타협, 제 식구 감싸기 등 지탄의 언어도 다양했다. 당리당략 앞에서는 사회안전망이나 국민건강, 국방까지도 안중에 없는 국회였다. 그중 치욕의 백미는 해머와 전기톱에, 공중부양 발차기에 최루탄 투척으로 얼룩진 저질 추악 폭력이었다. 이런 것만 없애도 국민들의 원성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19대 국회는 출발부터 좋아야 한다. 무려 석 달이나 허비하다 문을 연 18대 국회였다. 하루가 멀다 하고 정쟁에 휘말리더니 끝내 법안 1만2000건 중 절반 이상을 쓰레기로 둔갑시키고도 의석 수는 300석으로 늘렸다.

문제는 특권의식이다. 내려놓을 것은 과감하게 내려놓아야 후한 점수를 얻는다. 개원 후 할 일이 바로 면책ㆍ불체포특권 남용을 막을 장치를 마련하는 일이다. 살찐 권력보다 겸허한 자세로 민생을 보듬는 실사구시의 정치를 국민들은 더 간절히 원한다. 그 바탕이 바로 정치선진화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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