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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MB가 ‘영포라인 엄정 수사’ 지시하라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 의혹을 둘러싼 이명박 대통령 주변 인사들의 비리가 끝이 없다. 이 대통령의 고향 출신 인사들 간 얽히고 설킨 검은 거래로 사건의 방향과 규모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이른바 ‘영포라인’의 좌장 격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파이시티로부터 8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실세 중의 실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역시 2일 검찰에 소환됐다. 권력형 비리 때마다 거명됐던 박 전 차관은 이번에는 연루 정황이 속속 드러나 검찰의 칼날을 피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더 개탄스러운 것은 영포 인맥 간 뒷거래들이다. 두 사람은 파이시티 측 브로커를 통해 이 대통령 서울시장 재직 때부터 대통령 당선 직후까지 돈을 받았다. 그 전달자는 동향 사업가이자 최 전 위원장의 중학 후배였다. 특히 박 전 차관에게 건네진 돈의 일부는 포항 기업인 계좌로 보내져 세탁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돈 세탁을 해준 기업인은 이상득 의원의 지역구 당 중앙위원이다. 그 대가로 그의 회사는 포스코 납품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있다. 3~4년 새 매출이 10배 가까이 늘어났다니 그런 의심이 들 만하다.

여기까지만 해도 비리의 악취가 코를 찌르건만 이게 끝이 아니다. 파이시티 로비가 시작된 2005년 당시 서울시 도시계획ㆍ건축위원회 명단과 회의록 내용도 쉽게 넘어갈 게 아니다.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이 임명한 위원 명단에는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신재민 전 문화부 차관 등 현 정부 실세들이 대거 포진해 있었다. 물론 이들이 실제 인허가에 개입했는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서울시장 임기가 만료되기 직전 서초동 화물자동차 부지 용도변경 승인을 받아내 사건의 외연이 더 넓어질 개연성은 한결 커졌다.

역대 정권 말이면 권력 주변 비리로 몸살이다. 대통령마다 친인척과 주변 단속을 약속하지만 근절은커녕 갈수록 그 규모가 커지는 양상이다. 대통령 단임제 등 제도적 문제와 한국 특유의 연고주의 등 분석이 다양하지만 결국 측근들을 제대로 단속하지 못한 대통령의 책임이 가장 크다. 우선 이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파이시티 게이트에 대해 검찰에 엄정한 수사를 직접 지시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는 아예 대통령 후보 때 이런 일이 생기면 사퇴도 불사한다는 각오를 미리 서면으로 받아두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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