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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분란 막고 싶다면 검역중단이 수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우리 사회의 갈등이 다시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광우병이 6년 만에 재발한 데 대한 논란과는 별개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조치에 반대하며 나라를 뒤흔들었던 촛불시위의 재점화를 노리는 듯한 분위기가 선명하다. 이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괴담성 루머가 떠돌고 일각에서는 촛불시위 예고를 넘어 실천적 행동을 부추기는 지식인들마저 얼굴을 내밀고 있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우려하기보다 이를 틈타 사회 혼란을 조장하고 사회적 갈등 현안을 반대쪽으로 몰고 가려는 의도가 노골적이어서 걱정이 커진다.

이번에 정부의 대처를 보면 기준도 없고 원칙도 없어 보인다. 원칙을 세워놓고도 졸속으로 바꿔 그것을 근거로 국민의 건강을 뒷전으로 민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부실해지면 설득력을 잃게 되고 불신이 가중돼 또다시 혼란과 파국을 초래하기 십상이다. 미국에 조사단 파견을 놓고도 말이 많다. 비판적인 인사까지 과감하게 합류시켜야 했다. 충분한 과학적 정보가 공유되지 못한 채 일부 언론들이 사태를 과장하고 정치권이 이를 정치화하고, 불순세력까지 파고들어 반정부ㆍ반미 운동으로 전개했던 일을 잊어선 안 된다.

이로 인한 국가적 손실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그럼에도 또다시 단호하고 일관된 원칙 없이 우유부단하고 기회주의적인 자세를 견지해선 안 된다. 소신 없는 기회주의를 탈피해 사태를 정면에서 해결하려는 능동적 자세를 보여야 한다. 모든 관련 정보는 소상하게 국민에게 알려야 하고 자료교환에 추호의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공연한 비밀주의나 소극적 자세는 국민 불신을 증폭시켜 오해와 불안을 불러올 뿐이다. 정직한 자세와 투명한 정보공개는 광우병 소동을 막는 첩경이다.

만약 우리 조사단에 대한 미국의 성실한 협조가 보장되지 않으면 단호한 대응전략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 야당과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 요구하고 있는 검역중단은 현재의 여러 상황과 조건들로 미루어 볼 때 가장 필요하고 적절한 비상대응책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쇠고기 수입 검역중단은 지금 필요한 최소한의 첫 단추다. 여전히 부실한 검역제도나 검역관 운영도 혁신돼야 한다. 대외관계나 통상은 그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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