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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용동 대기자의 부동산 프리즘> 부동산개발업, 교도소 담장 걷는 이유
규정 명확치 않고…사업수익 커 탐욕대상
개발업 투명성 높이고…권력층 의식개혁 앞서야


부동산 개발업은 교도소 담벼락을 걷는 업종이다. 부동산 개발의 밑그림이 그려지면 로비라는 것이 자리를 잡고 틀이 짜이며 사업수익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속도전이 시작된다. 인허가 기관과 건설업계가 1차 대상이다. 하지만 이들은 하부 인프라에 불과하다. 배후에는 거대한 먹이사슬이 존재한다. 바로 권력실세와 금융권이 배후세력으로 버티고 있다. 

지난 1960년대 이후 산업화ㆍ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연계된 정치권력과의 후진적 야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나라 밖에서도 마찬가지다. 해외 부동산기업들이 사업성보다 해당 국가의 살아 있는 권력을 잡을 수 있는지를 더 중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00년대 들어 주택 건설업체가 중국과 베트남 등을 도외시하고 카자흐스탄에 우후죽순격으로 진출, 주택 등 각종 부동산 개발 사업 등을 벌인 것도 강한 로비선 확보가 주요인이었다.

부동산 개발 사업에 이 같은 먹이사슬이 형성되는 이유는 단기간 내에 한탕을 챙길 수 있는 ‘봉의 김선달식 사업’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지난 10년 동안 부동산 호황 바람을 타고 아파트, 근생 상가, 오피스텔 사업 시행으로 수백억원씩을 챙긴 업체가 부지기수였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건설사들이 직접 원자재(땅) 조달과 실행 기획을 포기하자 이를 노린 시행사가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 건설사의 전위부대 역할을 하면서 막대한 부를 누렸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몽땅 한입에 털어넣고 손을 턴 업체가 대다수다.

현재 1900여개 업체, 그중에서도 실제 시행 사업지를 보유한 업체는 손으로 꼽을 정도다. 일장춘몽 업종의 슬픈 단면이다. 파이시티 시행사도 같은 유형이다. 당시 개발업계의 귀재로 불렸던 대우건설 출신들이 모여 아이디어 기획과 출자를 한 것이다. 실행을 위해서는 아이디어뱅크와 실세가 만난다.

성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인허가와 막대한 초기자금 조달을 위해서다.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는 영등포 하이트맥주 공장 터를 주택지로 개발, 일약 개발 스타덤에 오른 인물이다. 건축엔지니어로 사업구조를 짜는 아이디어와 당시 생소했던 PF대출 활용이 탁월했다.

넥서스건설을 거쳐 우림건설을 팽창시키는 데 기여, 소위 ‘경영을 아는 엔지니어’로 통했다. 하지만 내몰리는 인허가 지연과 자금난은 어쩔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중간브로커 이모 씨가 등장한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권력실세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구세주나 다름없이 여겼을 게 뻔하다. 숨어 있는 권력은 속성대로 강한 인맥을 타고 효험을 발휘한다.

금융, 지자체에 속한 힘을 발휘하고 사업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 이들과 유착, 인사 특혜까지 확대되는 게 생리다. 현 정권 들어 대거 낙하산식 금융계 임원 감사들이 광범위하게 이뤄진 것을 곱지 않은 시각으로 보는 것도 같은 이유다.

파이시티의 경우 지난 2006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시설 변경, 2007년 우리은행과 농협 PF대출 8620억원, 2009년 11월 인허가 등이 다소의 우여곡절 속에 마무리된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파이시티의 방향을 바꾸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 연 17%의 연체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원리금 상환 규모가 1조원이 넘어서면서 우리은행 등 채권단은 파이시티를 파산 신청하기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이정배 대표는 우리은행과 포스코 건설의 권력실세 밀어주기 컨넥션이 작용했다며 강한 의혹을 제기했으며, 이는 이번 사건이 드러나는 도화선이 됐다. 연초까지도 ‘고의적 파산 신청’이라며 우리은행 최고위층과의 만남을 수차례 요구하는 등 강하게 반발, 언론사 등에 제보를 한 바 있다.

부동산 개발업이 제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우선 조령모개식 관련법을 정비, 관련자들의 자의지가 틈탈 여지를 없애야 한다. 파이시티만 해도 시설 및 토지용도 변경, 교통영향 평가 등을 놓고 특혜 시비가 불거지고 시간이 지연, 사업이 꼬이게 됐다.

건강한 아이디어와 개발 콘셉트가 자리를 잡을 수 있는 풍토 마련이 시급하다. 하지만 권력과 그의 주변에서 기생하는 부류의 척결과 사고의 혁신 없인 불가능하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이 더욱 새롭게 들리는 이유다.

ch10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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