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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박원순 시장, 시민운동가 체질 벗어야
취임 6개월을 맞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중간 성적표는 당초 비등했던 우려와 논란을 감안하면 그런대로 평가해줄 만하다. 특히 복지정책의 다양한 시도들이 나름대로 틀을 갖춰가는 것은 다행이다. 초등학교 무상급식 전면 시행을 비롯해 서울시립대의 등록금 반값 인하 및 저소득층에 대한 다각적인 생계지원대책도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서울시 소속 비정규직에 대한 정규직 전환작업도 가시화되고 있다. 그가 평소 주장하던 대로 “복지는 시혜가 아닌 시민의 권리”라는 시민운동가로서의 철학이 실천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정책을 수립해 나가는 과정에서 균형감에는 적잖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시정 운영에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제대로 시행되고 있다고는 여겨지지 않는다. 뉴타운 정책을 포함해 주민들로부터 불만을 사거나 혼선을 빚고 있는 부동산 정책이 대표적인 사례다. 전임 이명박·오세훈 시장의 노선과 어긋나게 정책을 추진하려다 보니 결과적으로 소통이 이뤄지지 못하는 탓이다. 오죽하면 최근 서울시의회에서 같은 민주통합당 소속인 허광태 의장으로부터도 쓴소리를 들어야 했을까 싶다.

소신도 좋고 의지도 좋지만 너무 개인적인 입장에 치우치다 보면 소통은 멀어지고 갈등과 마찰이 빚어지게 마련이다. 더욱 우려스런 것은 중앙정부와의 불편한 관계다. 박 시장은 지난 핵안보정상회의 당시 서울의 국제홍보마케팅 기회를 포기했고, 제주 강정마을 구럼비 앞바다 돌고래 방사 발표 등으로 입장 충돌을 서슴지 않았다. 26일에도 ‘원전 한 개 줄이기’ 정책 발표로 중앙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은근히 대립하는 모양새를 보여줬다. 서울시가 전체 지방행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중앙정부와 협력관계를 유지하지는 못할망정 사사건건 등을 돌리는 듯한 모습은 국민들에게 혼란만 초래할 뿐이다.

중요한 이유는 박 시장이 서울시의 행정을 뛰어넘어 정치에 더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때때로 현실보다 인기영합적인 이상론에 치우친 것도 그런 결과다. 현재 서울시가 추진 중인 복지정책도 현실의 한계를 들락거리고 있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서울시민들은 그에게 시민운동가나 정치인이 아니라 행정가로서의 면모를 바라고 있다. 더구나 박 시장은 보궐선거에 당선돼 시정 책임을 맡았으므로 임기가 그렇게 긴 것도 아니다. 서울시장으로서 그에 대한 평가는 임기가 모두 끝난 뒤에나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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