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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균형재정, 대선 주자들이 약속해야 달성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2007년말 정기국회는 새해를 불과 사흘 앞둔 12월28일 에야 2008년 예산안을 의결했다. 예산 처리 법정시한인 12월2일을 한달 가까이 지나서였다. 확정된 예산은 정부가 요청한 257조 3203억원에서 1조 1482억원이 삭감된 256조1721억원. 평년작 수준의 삭감이었다.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은 대통령 선거 전만 해도 국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 요구안에서 10조원정도는 감액해야 한다고 각을 세웠다. 그러나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승리하자 오히려 당선자의 공약을 실행하기 위해서라며 일부 사업에서 4000억~5000억원의 증액을 요구하기도 했다. 여야가 뒤바뀌는 상황에서 취임한 이 대통령은 곧바로 예산 10% 절감을 추진했다. 2년차인 2009년 예산 편성때는 24조원정도를 줄이겠다며 감사원까지 동원해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하지만 2008년 가을 전세계적으로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생해 경기 부양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다음해 세출예산은 284조5000억원규모로 크게 늘어났다.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발행하는 국채가 20조원에 달했다.

임기 마지막해를 맞은 이명박 정부는 차기 대통령이 집행할 2013년 예산안을 균형재정으로 편성하겠다는 내용의 지침을 확정했다. 내년에는 세입 범위내에서 재정을 지출하겠다는 것이다. 경제 위기와 고령사회의 도래, 통일 대비등을 위한 최후의 보루로서 재정 건전성은 필수적이다. 무디스가 최근 한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한 것도 우리의 재정 건전성을 높이 평가한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내년에 균형재정을 이루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구두선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당장 올 하반기 경제 전망이 만만치 않다. 유럽의 재정위기가 다시 악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고 유가의 고공 행진도 지속되고 있다. 내수 경기도 대규모 가계 부채, 부동산 경기 침체 지속 등이 발목을 잡아 자칫 세입이 줄어드는 형편에서 세출을 늘리는 추경 예산을 짜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더 걱정되는 것은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포퓰리즘 공약들이다. 여야 정당은 표심 잡기에만 급급해 무상 보육, 무상 교육, 무상 의료 등 수십조원에 달하는 재원이 필요한 정책 공약들을 쏟아내고 있다. 연말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국회의 예산 심의 과정에서 복지 확충을 이유로 균형재정 기조를 흔들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재정에서 책임져야 할 사업을 공기업에 떠넘기는 등의 ‘눈 가리고 아웅’식 숫자 놀음으로 균형 예산을 편성했다는 생색만 내서는 안된다.

현 정부가 진정으로 내년에 균형재정을 실현할 의지가 있다면 재정 건전성의 중요성과 정책 비전을 확고히 제시함으로써 국민과 정치권의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 대선 후보들이 균형재정으로 임기를 시작하겠다고 약속하게 해야한다. 그러려면 비과세나 보조금 혜택을 받던 국민들이 이를 포기하는 것을 수긍하고, 복지 확충 속도가 더뎌지더라도 건실한 재정이 개개인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도록 재정 건전성의 중요성을 제대로 홍보해야 한다. 공무원 임금 등 정부의 경상비 지출부터 솔선수범도 보여야 한다.

박승윤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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