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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학교폭력, 교사가 권한 갖고 앞장서야
학교폭력이 이른바 일진들을 중심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정작 학교 당국은 실태 파악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다. 교정에서 주먹다짐이 벌어지고 금품을 빼앗는 일이 횡행하는데도 학교장과 교사들은 나 몰라라 하며 대부분 뒷짐 진 상황이다. 학교 인근의 문구점 주인과 주민들도 뻔히 아는 일을 등한히 한 결과다. 최근 동급생들의 집단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한 학생이 급기야 목숨을 끊은 어느 중학교의 얘기다.

더 개탄스런 것은 숨진 학생이 ‘자살 고위험군’으로 분류돼 왔는데도 학교에서는 누구도 별다른 관심을 쏟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러는 동안 가해학생들은 수업시간에도 연필로 등을 쿡쿡 찌르거나 과제물에 물을 뿌리는 등 계속 괴롭힘의 강도는 높아졌다. 학교 일선에서 학생들과 직접 접촉하는 교사들이 이처럼 안이하게 대처하는 한 학교폭력은 독버섯처럼 자라게 마련이다. 지난 몇 년 사이 학교폭력으로 인한 학생 자살사건이 이어지자 정부가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이유다.

며칠 전 발표된 교육과학기술부의 ‘제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는 그야말로 전시성의 졸속 조사였다. 응답 학생들보다 답변지가 많이 걷힌 학교가 적지 않았다는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금방 확인되는 일이다. 전수조사를 한다며 25억원의 막대한 조사비용을 들이고도 오히려 정책의 신뢰성만 떨어뜨리고 말았다. 23일부터 시작된 전국 초·중·고교와 특수학교 교장 대상의 특별연수도 마찬가지다. 여기에는 김황식 국무총리를 비롯해 교과부와 법무부 등 유관 부처 장관들이 강사로 참여한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해결될 문제라면 애초 이 지경까지 이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야말로 탁상행정의 본보기가 아닐 수 없다.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그럴듯한 대책만 쏟아내고는 제대로 시행할 사이도 없이 책임자들만 불러대는 모양새다.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엇보다 학교 당국과 일선 교사들에게 마땅한 권한과 책임을 먼저 부여하는 게 순서다. 수업시간에 졸고 있다고 지적만 해도 득달같이 달려들어 교사의 머리채를 휘어잡는 상황에서는 폭력 근절 대책은 겉돌 수밖에 없다. 이미 대책으로 제시된 복수담임제도 자리를 잡아가야 한다. 윗분의 지시로 어설픈 대책만을 양산하기보다 현장 교사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끌어내는 게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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