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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객원칼럼 - 임진모> 버스커버스커 선풍
통기타 등 어쿠스틱 질감
2030 여성팬 공감대 끌어내
2등은 기억되지 않는다지만
버스커버스커 무한파워 주목


대중음악의 파괴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해도 깜짝 스타가수들은 언제든지 나온다. 최근 쉽지 않은 이름인 3인조 밴드 ‘버스커버스커’의 인기가 폭발적이다. 음원 사이트 상위권의 싹쓸이 점령이나 음반판매량 5만장 돌파와 같은 외형적 수치로도 그 선풍의 현황이 확실하지만, 무엇보다 이들이 음악 소비자와 음악 관련 현장의 분위기를 완전히 석권했다는 것은 음악팬들이라면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지난 주 절정에 달한 벚꽃 축제의 현장에서는, 아니 비록 축제가 아니더라도 상춘객이 있는 거리라면 어디든 이들의 노래 ‘벚꽃 엔딩’이 쉴 새 없이 울려퍼졌다. 곡이 지닌 원초적 흡수력을 떠나 제목과 노랫말부터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퍼질 이 거리를/ 우우 둘이 걸어요…’로 전개되니 벚꽃이나 봄날의 데이트 장소에서 이 곡이 흘러나오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버스커버스커의 또 다른 곡 ‘여수 밤바다’에 끌려 실제로 밤바다를 구경하러 여수에 내려갔다는 여성들도 있다. 여수 하면 올해 세계박람회가 열리는 곳 아닌가. 이 때문에도 여수 지역에서는 여수를 내건 이 곡이 지속적이고 상당한 반응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벚꽃의 계절 봄, 그리고 여수의 엑스포를 전제해 앨범을 만들었다면 이것은 꽤나 영리한 접근이다. ‘시의성’은 예나 지금이나 마케팅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버스커버스커는 오디션 프로 ‘슈퍼스타K 3’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팀이다. 이들을 누른 우승팀은 몇 개월 전만 해도 더 많이 언급됐던 ‘울랄라세션’이다. 2등은 기억되지 않는다지만 버스커버스커는 2등의 무한 파워를 보여줬다는 점에서도 인상적이다. 버스커버스커가 돌풍을 야기한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매력적인 음악 때문이다. 데뷔 앨범의 전곡을 쓴 장범준은 노래에 떨림을 보유한 데다 ‘벚꽃 엔딩’에서처럼 가성의 적절한 배합으로 부드러움을 획득하고 있다.

더 돋보이는 것은 사운드와 편곡에서 나타나는 ‘어쿠스틱’한 느낌이다. ‘벚꽃 엔딩’은 시작부터 통기타와 멜로디언의 울림을 통해 지금의 현란한 전자 댄스 사운드와는 확실한 차별화를 기한다. 족히 20년 전에 유행했을 것 같은 포크적 사운드다. ‘8090음악’이 주는 추억의 무드가 따라붙는다. 앨범의 모든 노래에 특히 20~30대 여성 팬들이 호응하는 이유 중 하나가 어쿠스틱 질감 때문이다.

사실 5만장이란 음반판매량은 과거 50만장, 200만장을 호령하던 시절을 생각하면 한없이 초라하지만 이 정도의 결과도 몇몇 초특급 인기의 아이돌 그룹에게만 주어지는 것임을 고려하면 신인으로선 이례적 대박이다.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대중문화계 흥행을 좌지우지한다는 20~30대 여성들이 버스커버스커에 열광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계층은 아이돌 그룹의 감각적인 후크 송에 끌리지도 않고 ‘나가수’와 같은 오디션 프로의 옛날 명곡에 잠기기도 어려운 사람들이다. 음악적으로 ‘낀’ 세대라고 할까. 어쩌면 버스커버스커의 인기는 그간 2030 여성들이 만족할 수 있는 음악이 상대적으로 부족했음을 반증한다. 그만큼 국내의 대중음악이 다양하지 못한 것이다. 여러 세대와 계층이 각각 그들의 취향에 부합한 음악을 찾아 듣는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펄럭이는 한류의 깃발만큼이나 그 기반인 내수시장의 상황도 주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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