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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제도권 금융 벽 확 낮춰야 고리사채 근절
정부가 검찰ㆍ경찰ㆍ국세청 등 8개 부처 합동으로 불법 사금융 근절을 위한 단속에 나선다. 고리대금 대출과 불법 채권추심, 유사수신, 불법 대부광고, 보이스 피싱 등이 집중 단속 대상이다. 현장 단속과 수사 피해 상담 등에 투입되는 인원이 1만명을 넘는다고 하니 그야말로 ‘불법 사채와의 전쟁’이라 할 만하다. 불법 사채는 가정을 파괴하고 인간의 삶을 황폐화시키는 악질적 범죄다. 뿌리가 완전히 뽑힐 때까지 단속의 끈을 늦춰선 안 될 것이다.

연이자가 100~1000%에 달하는 금리폭탄으로 서민들의 고혈을 빨아먹는 불법 사금융의 피해는 심각한 수준이다. 우선 피해 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 2008년까지만 해도 수천건에 불과했던 피해 신고가 2010년 1만건을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2만5500건에 달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사채업자들의 무자비한 채권회수 수법이다. 등록금 300만원을 빌린 여대생이 유흥업소에 팔려갔고, 이를 알게 된 아버지가 딸을 살해하고 목숨을 끊은 비극적 사건이 대표적 사례다. 돈을 갚지 않는다고 만삭의 여성을 강제 낙태시킨 뒤 노래방 도우미 일을 시킨 사채업자도 있었다. 협박과 공갈로 연 3400%에 달하는 이자를 받아내는 등 믿기 어려운 초고금리도 수두룩하다.

그러나 ‘강력한 단속’만으로 불법 사채가 근절될지는 의문이다. 고리의 사채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뻔히 불법인 줄 알면서도 절박한 수요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 수요자는 영세상인과 실업자,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대부분이다. 신용등급이 낮아 은행 등 제도권 금융 접근이 안 되자 급전이 아쉬우면 독약인 줄 알면서도 사채를 찾는 것이다. 이런 수요가 상존하는 한 불법 사채의 뿌리가 뽑힐 리 없다.

정부는 자금 조달이 어려운 서민을 지원하기 위해 미소금융과 햇살론 등을 통해 3조원가량의 생계형 구제자금을 풀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30조원에 이르는 불법 사채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양이다. 결국 해법은 지속적인 단속과 함께 불법 사금융에 몰리는 수요를 제도권 금융으로 흡수하는 방법뿐이다. 그나마 저신용도 서민의 접근이 용이한 대부업의 금리를 현실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고리 사채의 극성은 정부의 강압적인 대부업체 금리 인하 탓도 적지 않다. 궁극적으로 은행의 대부업 겸업도 고려하는 등 실효성 있는 서민 금융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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