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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치명적 부메랑을 맞고도 또 막말인가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성적(性的) 욕설을 한 과거가 들통 나 4ㆍ11 총선에서 낙선한 민주통합당 김용민 전 후보(서울 노원갑)가 하루 만에 자숙을 접고 막말행진에 다시 나섰다. 김 씨는 총선 이틀 뒤 야권연대에 패배를 안긴 중죄인이라며 근신을 약속했다. 그러나 엊그제 대뜸 “정치실험은 끝났다. 당적ㆍ정치적 지분 없이 ‘나꼼수’의 한 멤버로 돌아간다. 이는 ‘욕쟁이 김용민’으로서의 재탄생의 전제”라고 했다. 경박은 차치하고라도 또 한 번 역겨움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정치 입문 과정이야 어떻든 공당의 총선 후보라면 공인이다. 그를 잘못 선택한 대가로 민주당은 총선 패배라는 덫에 깔리고 말았다. 반대로 새누리당은 그의 막말 난장 덕에 최소 10석은 더 건졌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그의 처신은 저급한 욕설 못지않은 비난과 질타를 받을 만하다. 눈과 귀를 의심하고 혀를 내둘러도 모자라는 비열한 언사를 서슴지 않았던 과오를 고작 하루 이틀 말장난으로 덮겠다는 발상 자체가 국민을 우습게 아는 처사다.

더구나 김 씨는 “저, 죽지 않았습니다. 우리, 쫄지 맙시다”라며 트위터 계정을 아예 ‘국민욕쟁이’로 바꾸는 저질 본능을 다시 드러낸 것도 모자라 “하느님이 할 욕은 하라신다”고까지 했다. 김 씨는 속죄한답시고 표현의 자유를 약자와 소수자의 권익을 위해 쓰겠다더니 이제는 희대의 욕쟁이에다 국민을 갖다붙이는 무례함도 서슴지 않고 있다. ‘국민’이라는 수식어는 국민 스스로 우러나오는 존경의 발로이지 아무나 갖다쓰는 것이 아닌 것이다. ‘국민가수’ ‘국민배우’로 대접받는 이들에게조차 모멸감을 안긴 김 씨다.

넉살 좋은 욕의 범주를 넘어선 험구는 악다구니와 다르지 않다. 기형적인 막말에 저급 카타르시스가 춤추는 사회를 정상으로 보기 어렵다. 김 씨의 ‘나꼼수’ 동료인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와 주진우 시사IN 기자가 결국 법망에 올랐다. 언론인 신분에 열흘 동안 8차례나 공직선거법 위반을 한 혐의다. 김 씨의 욕설 후견인을 자처해온 방송인 김구라 씨 역시 과거 정신대 윤락녀 비유 막말 파문으로 16일 돌연 연예계를 잠정 은퇴했다. 이번 총선 과정에서도 세 치 혀의 무서움은 여러 차례 입증됐다. 무심코 던진 잘못된 말 한 톨이 치명적인 부메랑이 돼 가슴으로 날아드는 디지털 세상, 편한 대신 지극히 냉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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