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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정치권 복지공약 성역 아니다
선거철마다 엉터리 공약으로 유권자들을 혼란시킨 게 새삼스럽지 않다. 기업 유치, 도로 건설, 정부기관 이전 약속 등이 난무해 자동차 없는 고속도로, 승객 없는 비행장 등을 지어 국가 예산을 좀먹고 있는 것이다. 세금 한번 제대로 내본 적 없는 정치인들의 허풍 공약으로 국력을 훼손시켜온 것이 지난날 선거 풍토다.

그런데 지금은 아예 정강 정책까지 개정, 예산 내역을 송두리째 바꾸려 한다. 바로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지난 1월 30일 ‘국민과의 약속’으로 명명된 새 정강 정책 개정안을 발표한 것이다. 강령 1조에 정치 대신 복지가 전진 배치되면서 평생 맞춤형 복지라는 생소한 이름이 등장했다. 바야흐로 복지시대를 여는 첨병이나 다름없다. 대권주자인 박근혜 후보가 진두지휘, 이른바 보편적 복지가 낯설지 않게 됐다.

이는 물론 시대적 추구이기도 하다. 신자유주의 열풍이 빚은 1% 대 99%의 대결 양상이 커지자 더 이상 시장주의 만능에 맡길 수 없다는 절박감이 대두된 것이다. 이를 활용, 5년 전 빼앗겼던 정권을 되찾으려는 민주당 등 야당 공세는 더 거칠 게 없다. 여당 측의 방어수단도 복지정책 강화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한동안 선택적 복지를 들고 나왔지만 야당의 보편적 복지 주장에 밀려 여당 측도 강수로 맞받아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재원이다. 결국 국민이 부담해야 한다. 재벌과 자산가들이 더 많은 세금을 내서 충당하면 간단하지만 이런 현상이 장기화하고 무리를 빚으면 기업이 시들고 자산가들이 음지로 잠적할지 모른다. 합리적 복지가 필요한 이유다. 징벌적 세금이 아닌 감당 가능한 증세 범위에서 줄줄 새지 않는 복지 시스템을 갖춰가며 추진해야 무리를 피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누군가 정치인들의 선동적인 공약은 반드시 분석하고 이행 가능 여부를 수시로 발표, 국민들의 각성을 촉구해야 한다. 퍼주기 복지 주장으로 국력을 갉아먹는 정치인은 퇴역시켜야 마땅하다.

이는 개인도, 학교 연구소도, 공공기관도, 정부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자료와 인적 자원 면에서 정부가 하는 게 그중 나을 수 있다. 문제는 왜곡 여부다. 특정 세력에 선거 이익을 주기 위한 분석은 금물이라는 단서가 필요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기획재정부의 분석 발표에 제동을 걸었지만 유권자가 알고 투표를 정확히 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제동이 능사는 아니다. 또 재정부는 복지공약 검토를 계속하되 그게 특정 세력에 영향을 미치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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