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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객원칼럼 - 복거일> 민중주의의 본질과 대책
사회 전체의 이익보다는
지역구 주민 이익 앞세워
민중주의적 정책들만 선호
결국 공동체 의식만 약화


이번 총선에서 정당들과 후보들이 쏟아내는 공약들은 다른 선거들에서보다 훨씬 비현실적이고 무책임하다. 이런 공약들은 거의 다 빈 약속들로 끝날 것이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가 그런 민중주의(populist) 정책들을 실현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야 이내 눈에 들어온다. 안타깝게도, 그런 공약들이 그냥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것들은 여러 가지 형태들로 우리 사회에 부정적 영향들을 미칠 것이다.

민중주의는 민주주의의 내재적 특질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이익을 추구하므로 자신의 정치적 힘인 투표권을 자기 이익을 위해 쓴다. 정당들이나 후보들도 선거에서 이기는 것을 최종적 목표로 삼으므로 유권자들의 지지를 가장 많이 얻고 반대를 가장 적게 받는 정책들을 약속한다. “정치인들은 어디서나 같다. 그들은 강이 없는 곳에도 다리를 놓겠다고 약속한다”는 옛 소련 총리 니키타 흐루시초프(Nikita Khrushchev)의 명언은 이런 사정을 간명하게 지적했다. 이처럼 민중주의는 민주주의 체제에서 개인들의 이익 추구가 필연적으로 부르는 현상이다.

민주주의 체제에선 개인들의 자기 이익 추구를 통제할 기구가 거의 없다. 19세기에 보통선거 제도가 확산되기 시작했을 때, 많은 사회철학자들이 바로 그 점을 걱정했었다. 특히 민중주의적 정책들의 확산으로 정부의 재정이 어려워지리라는 것을 지적했었다.

사회가 원숙해져서 퇴폐의 기운이 돌면, 민중주의는 어쩔 수 없이 늘어난다. 공동체 의식은 약화되고, 사회 전체의 이익을 보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그래서 이익을 공유하는 작은 집단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앞세우게 된다. 미국 경제학자 맨서 올슨(Mancur Olson)은 이런 현상을 사회적 동맥경화증에 비유했다.

보다 적절한 비유는 암이다.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의 ‘이기적 유전자(selfish gene)’라는 개념이 잘 보여주듯, 가장 치열한 경쟁은 삶의 기본적 단위인 유전자의 수준에서 나온다. 당연히, 유전자들이 거주하는 세포의 수준에서도 경쟁은 치열하다. 다세포생물들은 그런 세포들의 치열한 이기주의를 억제해야 존속할 수 있다. 어떤 세포들이 그런 억제 기구의 통제에서 벗어나면 암이 생긴다. 암이 다세포생물의 본질적 위험이듯, 민중주의는 민주주의의 본질적 위험이다.

원래 좁은 지역구에서 뽑히는 국회의원들은 사회 전체의 이익보다는 자신을 뽑은 지역구 주민들의 이익을 앞세운다. 그리고 다음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민중주의적 정책들을 선호한다. 반면에 실제로 국가를 운영하는 대통령과 행정부서 책임자들은 사회 전체의 이익을 보다 많이 고려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국회보다는 행정부가 훨씬 덜 민중주의적이다. 지금 국회와 집권당의 민중주의적 성향을 억제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힘은 역대 대통령의 힘에 비해서 아주 작다. 이번 선거에서 민중주의가 극심해진 현상은 바로 이런 사정에서 나왔다.

민중주의에 대한 효과적 대책은 없다. 지금 우리가 희망할 수 있는 것은 무지막지한 민중주의 정책들에 대한 시민들의 걱정이 뚜렷해져서 민중주의의 확산에 대한 반작용이 나오는 상황이다. 그래서 민중주의 공약들의 허술함을 밝혀서, 그런 반응이 나오도록 돕는 일은 근본적 중요성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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