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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재정 거덜난 지자체 파산하도록 둬야
인천시가 산하 공무원 임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당초 지난 2일 후생복리비를 줘야 했는데 잔고가 부족해 지급을 하루 늦춘 것이다. 시는 부채 상환 과정에서 발생한 일시적 유동성 부족 때문이라지만 그렇게 볼 일이 아니다. 한 해 7조~8조원의 예산을 쓰면서 20억원을 마련하지 못해 급여가 밀릴 정도라면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은 거덜 난 것으로 봐야 한다.

인천시가 이 지경이 된 것은 선심성ㆍ전시성 사업이 초래한 당연한 결과다. 5000억원이 들어가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주경기장 건설이 대표적 사례다. 2002년 월드컵 경기가 열렸던 문학경기장을 500억원가량 들여 고쳐 쓰면 아무 문제가 없는데도 굳이 새 경기장을 짓겠다고 고집을 부린 것이다. 2009년 세계도시축전은 부실 전시행정의 상징이 됐다. 1400억원의 예산을 들여 개최한 이 행사는 장부상 적자는 150억원에 그쳤다. 그러나 행사 개막에 맞춰 853억원을 들여 건설한 관광열차 은하레일은 부실 시공으로 운행도 못하고 있다. 철거를 하려 해도 또 수백억원의 생돈이 날아갈 판이다.

지난 2010년 인천시는 2671억원의 결손을 냈고, 그 돈은 지방채 발행으로 메웠다. 하지만 앞으로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 올해 인천시의 예산 대비 부채 비율은 39%에 달할 전망이다. 이게 40%를 넘어가면 ‘재정위기 단체’로 지정돼 중앙정부로부터 지방채 발행 등 예산 편성과 운용에 제한을 받는다. 지자체에 예산권이 없다는 것은 더 이상 자치권을 갖지 못한다는 의미다. 방만한 재정 운용이 결국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기에 이른 것이다.

인천시 말고도 과시성 호화청사와 생색내기용 행사, 불필요한 축제 등으로 빚더미에 올라앉은 지자체는 수두룩하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주의’를 요하는 지자체가 57곳이나 된다. 방만 재정 운용의 고질병을 고치려면 하루속히 지자체 파산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지자체도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일본 오사카 시는 공무원 월급을 10% 넘게 줄였고,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1200명을 해고한 적이 있다. 시민을 대신해 지방의회가 예산 운용을 더 꼼꼼히 감시해야 한다. 돈이 많이 드는 지역 사업은 주민 투표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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