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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전면 손질 불가피한 재외국민 투표
3일 마감한 19대 총선 재외국민 투표에 모두 5만6456명이 참여한 것으로 최종 집계됐다. 단순 투표율로는 선거인 등록을 했던 12만3571명의 45.7%이나 실질 투표율로 따지면 전체 대상자 223만여명의 2.5%에 불과한 극히 저조한 참여율이다. 처음 실시된 투표여서 준비가 부족한 탓이라지만 재외국민의 참정권 확보라는 취지가 무색할 정도의 수치다. 더욱이 재외국민 투표에 들어간 비용이 300억원이다. 투표자 한 사람당 50만원 넘게 쓴 셈이다. 이런 고비용-저효율 투표가 과연 필요한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벌써 재외국민 투표 무용론이 거세지는 이유다.

재외국민에 대한 참정권 부여는 출발부터 과정이 복잡하고 문제점이 많았다. 일부 정치 성향이 강한 교민들의 위헌 제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헌법불일치 판결을 내려 지난 2009년 공직자선거법이 개정되면서 도입된 제도다. 그러나 같은 국민이라는 동질성만 있을 뿐 조세와 국방 등 헌법이 정한 국민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람까지 투표권을 줘야 하는지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효율적인 관리도 쉽지 않다. 특히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영토가 넓은 나라 거주자는 고작 한두 군데 설치된 투표소를 찾아간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점차 나아질 것이라고 하나 이런 상황에서 투표율을 높이기는 쉽지 않다.
이제 막 시행된 제도의 존폐를 논하기는 너무 이르다. 더욱이 해외 거주 국민에게 투표권을 주는 것은 세계적 추세인 데다 우리의 경제력과 국가 위상에도 맞다. 그렇다면 드러난 문제점을 철저히 보완하는 등 제도의 전면적인 손질이 불가피하다. 근본적으로는 내국민과의 형평성 유지와 관리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국내에 세무신고를 한 재외국민으로 대상을 한정하는 방안을 신중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투표의 실효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관리와 비용 문제로 투표소 확대가 어렵다면 우편 투표는 물론 인터넷과 휴대전화로 투표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에도 하루종일 차를 타고 와 어렵게 투표한 유권자가 적지 않았다. 선거인 등록은 한번만 하면 계속 인정해 유권자 불편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사법권 행사가 쉽지 않은 만큼 금품 살포 등 선거사범 대처 방안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총선이 끝나면 정치권은 곧바로 대선 모드로 접어들게 된다. 19대 국회가 개원되면 이 문제부터 처리, 12월 대선 전에 보완책을 내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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