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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룸살롱 뇌물, 몇몇 경찰만의 문제일까
경찰과 유흥업소 업주 간의 ‘검은 거래’가 점입가경이다. 강남 일대 유흥업소를 단속해온 경찰이 업주들로부터 50억원에 이르는 거액을 상납받은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같은 조를 이룬 다른 경찰들에게서도 유사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한다. 캐면 캘수록 경찰인지 유흥업소 동업자인지 구분이 안 된다. 2년 전 경찰 자체 감찰 결과 66명의 경찰이 연루된 이 사건으로 수감 중인 이른바 ‘강남 룸살롱 황제’ 이경백 씨에 대한 검찰의 추가 수사 내용이 이 정도라고 한다.

더 충격적인 것은 2년여에 걸친 경찰 감찰조사 결과가 부실 덩어리였다는 점이다. 6명이 파면 또는 해임되고 33명이 징계 처리됐으나 6명은 명단에서 누락됐던 것으로 드러났고, 이번에 적발된 경찰들이 바로 그들 중 일부라는 것이다. 이 정도면 경찰에 대한 신뢰와 도덕성은 막장에 이른 것이나 다름없다. 검찰은 검ㆍ경 대립과는 별개로 법질서 확립 차원에서 지체 없이 전면 재수사에 착수해야 한다. 조현오 경찰청장의 말대로 검ㆍ경 간 갈등의 산물이든 아니든 경찰의 부패비리 유착이 드러날수록 국민에게는 이롭다. 조 청장은 검찰 수사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다짐을 가감 없이 실천해야 함은 물론이다.

뒤늦게 구속된 경찰들의 비리는 푼돈 차원이 아닌 기업형 범죄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팀을 짜서 유흥업주들에게 단속 정보를 흘리는 것도 모자라 영업 편의까지 해주고 그 대가로 수년에 걸쳐 한 번에 수백, 수천만원씩 챙기고 골프 레슨비용에다 골프와 향응까지 제공받아 왔다고 한다. 한 경사의 집에서는 고급 외제차 2대, 매달 수백만원의 현금 입출금 내역이 든 차명계좌도 발견됐다니 어이없다. 혈세로 받는 월급은 이들에겐 배꼽도 아니다 보니 국민을 우습게 아는 것이다.

룸이 최소한 10개 이상인 유흥업소들은 관행적으로 상납을 해왔다는 등 새로운 진술이 속속 나오는 이상 문제가 됐던 경찰관 전원은 물론이고 수사 범위를 더 확대하는 것이 옳다. 경찰보다 검찰이 더하다는 게 일반의 인식인 만큼 검찰은 내부에 대해서도 단죄의 칼을 뽑을 각오를 해야 한다. 국세청, 소방서 등 관련 기관의 비리 역시 발본색원 대상이다. 비단 강남권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사 범위를 전국으로 넓히되 단속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도 시급하다. 더 이상 고양이게 생선을 맡길 수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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