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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한 눈 팔다 ‘사고 공화국’오명 또 듣는다
보기에도 입이 떡 벌어지는 안전사고가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데도 현장에서 쓸어담듯 응급처방만 반복되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공적 책무는 무슨 연유인지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의 기이한 사고만으로도 열 손가락이 모자란다. 엊그제 분당에서 또 겉보기에 멀쩡했던 차도가 크게 주저앉았다. 교통량이 적은 시간대인데도 운행 중이던 택시가 곤두박질치고 운전자가 다쳤다. 같은 날, 최근 신분당선 지하철 공사가 끝난 양재역 대로 면에 심한 비틀림 현상이 발생했다. 대형 함몰이 우려될 만한 사안이다.
얼마 전 인천과 부산에서도 차도와 인도가 움푹 패는 등 놀랍고 민망한 일이 벌어졌다. 이들 사고로 애꿎게도 오토바이 배달원이 숨지고 다수 시민이 다쳤다. 더 큰 인재로 이어지지 않은 것이 불행 중 다행이다. 매설물 노후, 누수, 지반침하 등 사연도 갖가지다. 관리 감독이나 감시 기능 허약이 무사안일로 이어지고 사고 재발과 확대라는 악순환을 낳는다. 이들 사고 대부분은 인재에 가까운 후진국형이란 점이 이를 방증한다. 한마디로 나사가 풀렸다는 의미다.

더 어이없는 것은 지난달 26일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를 앞두고 발생한 사고 행렬이다. 고리 원전 1호기 정전 은닉, 보령화력발전소 화재에 이은 보일러 수리공사장 인부 추락 사망, 여수엑스포 국제관 화재, 서울 난지 물재생센터 가스 폭발, 강원 삼척 석회석광산 돌더미 붕괴 등 알려진 것만도 사고 백화점을 방불케 한다. 결국 안전불감증이 핵심 이유다. 관리 감독만 철저히 하고 닦고 조이고 기름 치는 방재 기본만 잘 지켜도 막을 수 있는 사고들이다. 지하철 공사가 원인이 된 인천 차도 침하 사고에 지적사항이 100가지가 넘었다고 한다.

차제에 잦은 KTX나 전철의 고장 장애나 특히 있을 수 없는 역주행에 대한 일대 점검과 대비책도 시급하다. KTX는 운행 8년 만에 380건의 고장 및 사고를, 수도권 전철은 지난 7년간 100건 이상의 장애를 기록했다면 ‘고장철’ 수준이다. 떠올리기조차 싫은 참사의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다. 하나같이 상식이 주저앉고 뒤틀린 결과였다. 총선 정국이 요동친다고 사회안전망까지 겉돌아선 안 된다. 이런 때 장관들이 직접 나서야 한다. 국민이 속 편히 생업에 종사하고 본연에 충실하도록 해주는 것이 국가의 기본 책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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