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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칼럼 - 이윤미> ‘집속의 집’, 리움을 다시 생각하다
리움미술관의 서도호展
열린공간으로서의 집 돋보여
지나치게 많은 안내인엔
시혜적 시선 느껴져 아쉬움도


삼성 리움미술관에서 현재 기획 전시 중인 서도호의 ‘집속의 집’은 전시를 본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작품 이미지들이 머릿속을 맴돈다. 그의 오랜 작업의 주제인 집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이 전시의 매력은 무엇보다 시간과 공을 오래 들인 바느질로 지은 집이란 점이다. 특히 부친 산정(山丁) 서세옥이 창덕궁 연경당을 본떠 만들었다는 성북동 집을 옥빛 은사로 한땀 한땀 바느질해 지은 ‘서울집’은 한옥의 형태를 빌렸을 뿐인데도 그윽한 정취가 그만이다.

청년기, 그는 모태이자 문화의 원형인 그 집을 떠나 미국 로드아일랜드, 첼시와 독일 베를린 등 여러 도시를 떠도는 삶을 산다. 스튜디오와 아파트의 두꺼비집, 문고리, 히터, 화장실 변기 등 생활의 요소들을 하나하나 꿰매 나가며 그는 과거와 현재, 미래의 시간을 야곱의 사다리처럼 무수히 오르내렸으리라. ‘별똥별’이란 작품은 서울 집이 로드아일랜드 아파트에 유성처럼 떨어져 처박힌 모습을 담고 있다. 부딪친 둘은 일부 손상되지만 종내 서로를 품고 한 공간에 두 집이 어울린 모습으로 탄생한다.

그의 작업 중 가장 흥미로운 작품은 ‘퍼펙트 홈’이다. 서울과 뉴욕의 거리를 반으로 나눈 정중앙, 태평양 바다 한가운데 집을 짓는 프로젝트다. 그저 아이디어가 아니라 실측과 집을 만들기 위한 바다 생태, 조류를 계산한 토목공법 등 과학자, 해양학자, 토목공학자들이 동원된 현재진행형 작업이다.

말하자면 퍼펙트 홈은 작가가 꿈꾸는 집, 세계다. 그 집은 여권이나 비자 없이 세상 사람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다. 경계를 넘어선, 차별과 규제가 없는, 진정한 자유와 평등의 실체화인 셈이다.

서도호전(展)은 세계적인 건축가 렘 쿨하스가 지은 블랙박스, 공간 속의 공간이란 개념적 공간에서 전시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큐레이터의 기획이 한층 빛난다.

그런데 이런 감동을 상쇄하는 아쉬움이 있다. 전시 공간에 너무 많은 전시 안내인들이 관람자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불편하고 왠지 눈치가 보여 빨리 보고 나가야 할 것 같다. 입장료까지 냈는데도 말이다. 작품의 손상이 걱정스러워 그러려니 이해할 정도를 넘어서는 데 문제가 있다. 거기엔 리움이 관람자를 보는 시선, 즉 시혜적 시선, 관리자의 관점이 느껴진다. 이는 문화예술공간이 지향해야 할 소통, 교감과는 거리가 멀다. 아이러니하게도 작가가 전시를 통해 말하려는 메시지와도 맞지 않다.

최근 새롭게 부상하는 문화 코드를 꼽자면 집에 대한 생각이다. 재테크 수단으로만 여겼던 ‘집=아파트’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작지만 개성 있는 집 짓기가 유행이다. 이를 반영, 최근 서점엔 집 관련 책들이 넘쳐난다. 한 대형서점엔 테마 매대가 생겼을 정도다. 작은 집 순례, 한 지붕 두 집, 땅콩주택 등 실용서뿐 아니라 집과 삶을 연결시킨 집 이야기 등 다양하다. 집을 비로소 다시 보게 됐다는 얘기다. 나눔과 소통이라는 집의 본성으로의 회귀라는 흐름 속에 리움의 멋진 집도 열린 공간으로 바뀌길 기대하는 건 단지 희망사항일까.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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