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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역대 정권 사찰 관행, 특검으로 끊어야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사건은 이제 뚜껑 열린 판도라 상자다. 이 시점에서는 그 누구도 다시 닫을 수 없다. 마지막 밑바닥까지 모두 털어내는 것이 문제를 가장 현명하게 정리하는 올바른 해법이다. 청와대와 총리실, 검찰은 더 이상 의혹을 호도ㆍ축소하거나 무마ㆍ은폐해선 안 된다. 권력의 불법적 남용에 대해 그 전모를 밝혀내고 모든 책임 있는 연루자들을 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하는 것만이 국민의 불신과 분노를 보상하는 유일한 선택이다.

권력의 불법적 민간 사찰은 비록 일시적이고 제한적이었든, 암묵적 관행이었든 상관없이 중대한 불법이고 인권 침해다. 청와대는 이번 폭로된 사찰 문건의 80%가 지난 참여정부 때 작성된 것이라 주장하고 이 문건과 다른 별도의 전 정권 사찰 문건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불법 민간 사찰은 역대 정권의 음습한 통치도구로 오랫동안 애용돼 왔다는 말이 된다. 민주당은 ‘통상적이고 적법한 활동’이라고 강변하지만 국민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다만 청와대가 직접 개입됐고, 불법사찰 대상이 광범하게 반MB 성향 인사들을 포괄하고 있으며, 비정상적 비선조직을 이용했다는 혐의는 이 정부의 도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나아가 불법사찰의 증거들을 계획적으로 인멸ㆍ은폐했고 관계자들을 회유한 정황도 포착됨으로써 온갖 탈법적 요소들을 망라하고 있다. 동시에 이미 2년 전에 꼬리 잡힌 불법사찰 의혹 수사가 용두사미로 축소돼 부실수사 의혹까지 겹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이번 의혹은 권력 핵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결자해지(結者解之)해야 한다. 불법사찰의 관행화는 결국 정치 보복의 악순환을 낳을 뿐이다. 우리의 저질 정치를 졸업하려면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부터 끊어내야 하고, 그것은 권력 스스로의 절제와 관용으로 승화돼야 한다. 따라서 이번 의혹사건 수사는 특검이 나서서 모든 과거ㆍ현재의 불법과 권력 남용, 인권 침해를 전면 재조사하고 전ㆍ현 정권의 모든 책임 있는 자들을 철저히 가려내는 것만이 정치문화의 진일보에 기여할 수 있다. 물론 과거의 부실수사에 대한 책임도 가려져야 한다. 이 모든 것을 두루 실행할 수 있는 것은 대통령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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