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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북한, 세계 정상들 ‘민생충고’듣고 있나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한 세계 53개국 정상들, 특히 미ㆍ중ㆍ러 국가수반이 북한의 민생 문제에 한목소리를 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북한 지도자는 북한 주민에게 더 나은 삶을 보장할 용기를 가지라고 했고, 후진타오 중국 주석은 북한 정권이 민생 발전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로켓 발사 이전에 북한 주민부터 먹여살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하나같이 북한 권부를 직접 겨냥했다는 점에서 그들의 반응이 주목된다.

이번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북한 문제는 정식 의제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북한 문제가 화두가 된 것은 장거리 로켓 발사를 때맞춰 밝힌 때문이다. 북한 스스로가 공공의 적을 자처한 셈이 됐다. 러시아 입장은 더 노골적이다. 북한이 주장하는 위성이 아닌 분명한 미사일이라고 못 박은 것이다. 든든한 후방세력인 중국과 러시아마저 극도로 반대하는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한다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 제재는 일사천리가 될 수밖에 없다.

북한이 발사하려는 것이 북한 주장대로 우주시대에 발맞춘 인공위성이든, 반대로 탄도미사일이든 유엔 결의 위반은 마찬가지다. 사태가 확대되면 북한은 고립무원에 더 빠져들게 된다. 한 달 전 미국과 약속한 핵실험과 미사일발사 중단 대가인 24만t의 영양지원이 당장 수포가 되는 것은 물론 고강도 추가 제재도 불 보듯 뻔해진다. 북한 권부를 오바마 대통령이 ‘외톨이(Outlier)’로 칭하고 도발로 보상받던 시대는 끝났다고 단언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북한의 도발 의지로 국제사회 공조는 전에 없이 공고해진 것이다.

북한은 연간 100만t의 식량이 부족한 데다 공장 가동률은 20%대 미만일 정도로 최악의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데도 김일성 100회 생일 파티에 20억달러, 축포용으로 장거리 로켓 발사에 8억~9억달러를 쓰겠다고 한다. 연일 대규모로 들썩이는 군중집회의 소모적 가치는 제외하고도 이 돈이면 쌀 500만t 정도를 사들일 수 있다. 단 하나의 길이라면 북한 지도부가 장거리 로켓 발사 계획을 접고, 나아가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3차 핵실험 의지까지 완전히 내려놓는 것이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은 북한에 달렸다. 기초 식량마저 고갈돼 임산부와 영유아들이 아사 위기에 직면한 현실을 철저하게 외면해온 북한 권부는 바로 눈앞의 따끔한 충고와 훈수에 귀를 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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