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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객원칼럼 - 임진모> 대중문화가 주도한다
서태지현상 경험한 30대
사회 핵심주역 자리매김
감성·이성 결합한 접근법
정부도 이들과 소통나서야


곳곳에서 그리고 지속적으로 대중문화가 산업과 국민의식 측면에서 얼마나 성장했으며 강력해져 가고 있는지를 체감한다. 대중문화는 이제 그 분야 안에서만 작동하는 수준을 넘어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화, K-팝(Pop) 스타들, 관광 한국 그리고 서태지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대중문화의 힘’이다. 

근래 ‘도가니’와 ‘부러진 화살’의 흥행 선전은 영화가 시대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덕분에 더 이상 2시간짜리 오락이 아니라 사회적 이슈를 생산해내는 ‘파워풀(Powerful) 미디어’로 자리 잡았음을 실증한다. ‘완득이’에 출연한 필리핀 출신의 귀화 여배우가 이번 총선에서 당선 가능성이 높은 여당 비례대표 번호를 받았다는 소식도 사례 중 하나에 속한다.

컬처 파워의 으뜸은 해외로 가지를 치는 K-팝이다. 한류 아이돌 스타들은 정치ㆍ경제계 인사보다도 글로벌 한국의 위상을 홍보하는 1등급 외교사절들이다. 브라질 젊은이들은 한국은 몰라도 슈퍼주니어는 안다는 것 아닌가. 만약 대통령이 외국을 순방할 때 아이돌 그룹과 동행한다면 공항에서 벌써 비등한 한국의 존재감을 방문국가에 과시할 수 있을 것이다.

한류 효과는 예술과 더불어 산업에도 막대한 파괴력을 행사하고 있다. 관광 외래객 수가 크게 늘어나 올해 중 1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는 관광 분야는 한류효과를 공개적으로 인정한다. 2011년 자료에 의하면 관광객 총 980만명 가운데 한류 관광객이 100만명 이상이고 그 숫자는 눈에 띄게 급상승 그래프를 그려내고 있다. 이런 장밋빛 상황에서 외국 관광객을 상대로 바가지 요금이 기승을 부린다는 것은 잿빛의 개탄스러운 일이다.

아이돌 그룹 이전에 올해 3월로 데뷔 20년이 된 서태지를 보자. 랩 댄스와 기성질서에 도전하는 공격적 노랫말로 일대 지각변동을 일으킨 그는 일개 가수를 넘어 스무 해가 지나도록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회적 리더에 다름 아니다. 한창 때 그에게 붙었던 ‘10대 대통령’이나 ‘문화대통령’ ‘대중음악 역사 바로 세우기’란 수식은 사회적 의미망을 지닌다.

서태지 현상은 사회 역동성과 변화를 과거에는 정치 경제가 책임졌지만 앞으로는 문화가 주도한다는 것을 알려줬다. 어릴 적 서태지 현상을 경험한 틴에이저들이 어느덧 실무를 주도하는 30대가 됐다. 그들은 해당 분야의 전문지식에다 대중문화적 사고를 덧입혀 감성과 이성을 결합한 접근법을 구사한다. 서태지의 ‘우리들만의 추억’이나 ‘필승’을 모르는 경영자는 결코 그들과 조금의 소통도 기대할 수 없다.

앞으로 산업구조가 기존의 제조업 중심에서 한국의 우월적 위치가 예상되는 대중예술, 관광, 음식, 패션 등으로 이동하는 개편에 착수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도 명백하다. 반도체, 자동차, 철강을 잇는 차세대 기간산업은 K-팝, 영화, 게임, 한식 등 대중문화인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고의인지 아니면 무지인지 애써 등을 돌리고 있다. 일례로 우리는 큰 전문공연장 이른바 아레나(arena)형 공연장부터가 없다. 몇천 석의 콘서트를 하려면 아직도 공연무대로 완벽하지 않은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으로 가야 한다. 온갖 지표가 대중문화로의 중심 추 이동을 가리키는데도 정부와 기업이 바뀌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대중문화로 답이 나와 있는데도 그것을 보려 하지 않으니 한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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