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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세계銀 총재까지 맡게 된 한국계 저력
세계은행(WB) 출범 이래 처음으로 한국계 총재가 탄생하게 됐다. 미국 다트머스대학의 김용 총장이 그 주인공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오는 6월 임기가 끝나는 로버트 졸릭 총재의 후임 후보로 그를 전격 지명한 것이다. 아직 후속절차가 남아 있지만, 그동안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유럽이 맡고 세계은행 총재는 미국의 몫으로 분류돼 있었다는 점에서 정식으로 임명되기까지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은 국민 모두가 축하할 만한 경사임에 틀림없다. 세계은행이 187개 나라를 회원으로 거느리고 있으며 저개발국에 연평균 500억달러 이상의 지원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 보아도 그렇다. 그동안 미국에서도 주류 출신의 백인들이 돌아가며 독차지했던 자리다. 그가 앞으로 세계은행 총재를 맡게 되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더불어 국제기구에서 한국의 위상도 한층 높아지게 될 것이다.

그가 금융계와는 거의 관련이 없는 의사 출신이라는 점에서나, 그동안 전혀 하마평에 오른 적이 없다는 점에서나 뜻밖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가 세계보건기구(WHO) 활동을 통해 후진국에서 에이즈와 결핵 퇴치 사업에 이바지했으며, 지난 2009년 미국에서도 명문으로 꼽히는 다트머스대학의 총장 선임만으로도 자질과 능력은 이미 충분히 인정받은 셈이다. 특히 그의 전력으로 비추어 빈곤과 교육, 의료 문제를 해결하고 저개발국의 생활수준을 높인다는 세계은행 설립 취지에 가장 적임자라고도 여겨진다. 세계은행이 단순한 은행 조직이 아니라 개발기구로서의 성격이 더 크다는 사실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아시아계 출신인 그가 임명되면 지금껏 미국이 세계은행 총재를 독점함으로써 야기됐던 신흥국들의 반발도 크게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적으로는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파와 이념, 지역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세계은행 총재 지명 소식은 더욱 의미가 있다. 특히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제주 해군기지 건설작업이 반미 의식에 사로잡힌 일부 반대파의 집요한 반발로 의미가 퇴색되거나 추진이 늦춰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새로운 반전의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와 함께 우리 젊은이들로서는 드넓은 세계 무대로 관심과 시야를 돌리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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