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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한·미 FTA 발효, 주사위는 던져졌다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우여곡절 끝에 오는 3월 15일 정식 발효된다. 실로 5년 9개월 만의 일이다. 이는 회전문 인사, 부패 등으로 허둥대던 이명박 정부가 임기 말 눈치 보지 않고 할 일을 다한 몇 안 되는 성공적 정책의 하나로 꼽힐 만하다. 여야 구분 없이 재정은 고려치 않고 복지 천국 구현에 매진하는 정치 포퓰리즘 상황에 엊그제 정면 대응키로 한 것과 더불어 긍정적 시각을 보낸다.

박태호 통상교섭본부장은 21일 “기존 FTA 협정문과 국내 법률 규정을 하나도 고치지 않은 상태로 한ㆍ미 양국이 발효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로써 한국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이란 초거대 시장을 FTA로 묶는 아시아 유일 국가가 된 것이다. 일자리 35만개 신규 창출, 성장 5~6% 기여라는 숫자적 명분을 떠나 좁은 반쪽짜리 한반도 시장에서 명실 공히 세계 중심국가의 일원으로 비약하게 된 셈이다. 이날 미국 무역대표부 론 커크 대표는 한ㆍ미 FTA로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의 핵심 동맹국인 한국과의 경제적 동반관계가 강화될 것이라고 우리 입장을 대변했다.

물론 FTA 체결이 우리에게만 일방적으로 좋은 것은 아니다. 상대가 있으면 주고 받는 게 협상이고 거래라면 당연히 득실관계는 나타나게 마련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야당인 민주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우리의 손해 부분이 큰 것만은 아니다. 이 때문에 노무현 정부가 당시 야당인 지금의 여당을 상대로 한ㆍ미 FTA 체결 필요성을 역설한 것이다. 거시적 관점에서 국익을 따지자는 게 참여정부의 FTA 체결 이유였다. 그 중심에 지금 야당의 중심인 친노 세력이 있고 현재 민주통합당 대표인 한명숙 씨가 당시 국무총리로서 진두지휘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도 미국 대사관까지 몰려가 한ㆍ미 FTA 폐기를 주장한 처사는 온당치 않았다. 당시와 지금 상황이 바뀌고 내용이 변질됐다고 하나 민주당이 요구한 재재협상 10개 항목 중 달라진 것은 자동차 분야 정도다. 그것도 정작 업계 쪽에서는 상관없으니 빨리 체결이나 하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만 해도 5년 전에는 필요성을 역설하다가 지금은 독소 조항이라고 몰아붙여 되겠는가. 이것도 박 본부장은 발효 90일 이내 협상을 재개한다고 밝히고 있다. 농어촌 피해는 앞으로 54조원이 투입돼 보강된다. 주사위는 던져졌는데 계속 꼬리잡기만 해서는 선거에도 유리할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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