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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적 요리 풍성한 '통섭의 식탁'
최재천 교수가 맛보고 전하는 책들

통섭학자 최재천 교수가 먼저 맛보고 권하는 56가지 책 요리의 향연. <통섭의 식탁>(명진출판. 2012)는 새해 본격적으로 책을 읽으려는 이들을 위한 최고의 가이드 북 중 하나다. 자연과학책을 중심으로 인문-사회-대중서를 망라했다. 최 교수가 읽은 책을 요리라는 컨셉으로 보기좋게 차려냈다. 

일단 자연 과학상식이 풍성하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에 책 속 이야기를 잘 버무렸다. 그 중엔 1960년대 발견되어 1989년 마지막으로 목격됐던 황금두꺼비가 있다. 작은 몸집에 온몸이 거의 형광에 가까운 오렌지색으로 뒤덮인 희귀종이다. 최 교수는 그 지금도 중남미 열대림을 갈 때면 ‘혹시나’ 하는 생각에 황금두꺼비를 찾아 헤맨다고 토로했다.

도래까마귀는 먹이를 놓고 1~2킬로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알아볼 만큼 시끄럽게 소란을 피운다. 그 이유는 함께 나눠먹을지언정 다른 동물에게 먹이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종의 기원>을 쓴 다윈의 이야기는 우리의 선입견을 깬다. 책에 따르면 다윈은 ‘소통의 달인’이다. 그는 생긴 모습이나 위대한 저작이 보여주듯, 은둔의 학자가 아니라 주변인과 수십 만 통의 편지를 주고받으며 살았다.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노신사가 컴퓨터 모니터에 코를 박고 앉아 있다. 무슨 자료가 그리도 많이 필요한지 벌써 몇 시간째 인터넷을 뒤지느라 여념이 없다. 분주한 웹 서핑 중에도 새로운 메일이 도착했다는 신호가 들리면 부리나케 이메일을 열어본다. 또 한편으로는 책상 한쪽에 올려놓은 스마트폰으로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온갖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문자를 남기느라 그의 손가락은 젊은 사람 못지않게 자판 위에서 춤을 춘다. 204~205쪽

최재천 교수는 ‘알면 사랑한다’는 말을 역설한다. 환경을 보호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일은 무관심과 무지에서 비롯된 일이기 때문이다. 자연의 경이로움을 알면 바뀔 수 있다. 바로 그런 관점의 전환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하다.

“알면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게 우리 인간의 속성이다. 생명에 대한 사랑이 곧 나를 사랑하는 길이라는 게 그리도 어려운 개념인가? 우리 정신 저 깊숙이 박혀있는 ‘생명 사랑’ 본능을 일깨워야 한다.”

여기엔 온 몸을 던져 자연을 관찰하고 탐구해 자연과 생명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이끄는 학자들의 노력을 간과할 수 없다. 마크 오웬스 부부 이야기가 대표적인 사례다. 책은 다음처럼, 감동적인 사연을 전한다.

결혼한 지 1년밖에 안된 신혼부부가 침낭 두 개와 작은 텐트 하나, 간단한 취사도구를 챙겨서 아프리카 원주민도 살지 않은 칼라하리 평원으로 들어갔다. 잠을 잘 때면 들쥐와 생쥐가 몸을 기어다닐 정도로 열악한 조건. 그러면서 그들은 온갖 동물의 행동과 생태에 관한 보고서를 썼다. 그 7년의 긴 세월의 기록이 바로 <야생 속으로>이다.

<통섭의 식탁>에는 추천서를 포함하면 100권이 훌쩍 넘는 책이 소개된다. 특히 읽어야 할 목록은 강력히 권하고 있어, 독자들을 도서관으로 달려가게 할 듯싶다.

삶에 대한 회의로 밤을 지새우는 젊은이에게, 그리고 평생 삶에 대한 회의를 품고 살면서도 이렇다 할 답을 얻지 못한 지성인에게 <이기적 유전자>를 권한다. 일단 붙들면 밤을 지새울 것이다. 그런 후 세상을 바라보는 전혀 새로운 눈으로 다음 날 아침을 맞을 것이다. 나는 내가 가르치는 모든 학생에게 이 책을 권한다. 적어도 이 책만큼은 읽어야 내게 강의를 들었노라고 말할 수 있다고. -163쪽

[북데일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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