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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 박경리 미 출간작 47년만에 출간
‘한국문학의 대모’ 고 박경리의 60년대 미출간 소설 ‘녹지대’(현대문학)가 47년만에 출간됐다.

이번 출간은 지난 2008년 방민호 서울대 국어국문학고과 교수가 서울대 도서관에서 발견, 박경리문학 전체를 조망하는 논문을 쓰고 있던 제자 김은경 카이스트 교수에게 제안하면서 이뤄졌다.

이 소설은 부산일보에 1964년 6월1일부터 1965년 4월30일까지 연재한 소설로, 특히 사랑을 큰 줄기로 한 작품을 통속소설로 치부하는 경향 탓에 학계의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신문에 실린 상태를 일일이 복사해 원고파일로 만들어 작업한 것으로 60년대 숨결을 그대로 담고 있다.

이 작품은 1962년에 발표한 ‘김약국의 딸들’을 시작으로 ‘시장과 전장’‘파시 등 박경리 문학의 대표작들이 속속 나오고 있는 터에 연재된 소설이라는 점에서 문학사적 의미의 재조명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시대 최고의 역작 ‘토지’의 씨앗, 생명사상 등 정신세계와 세계관을 배태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소설은 전쟁후 1960년대 서울을 살아가는 청춘들의 치명적인 사랑이야기다

한국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인애는 큰 아버지 집에서 기거하며 눈칫밥을 먹지만 당차고 자유분방하다. 인애는 가출중 찾아갔던 ‘섬’에서 김정현이라는 청년을 만나 함께 서울로 돌아오며 깊은 사랑을 느낀다.

닿을 듯 말 듯 서로의 마음이 아슬아슬하다 이내 멀어진다. 정현은 돌이킬 수 없는 악연으로 그 여자에게 자신의 삶을 온통 저당 잡힌 채 살아가고 있기때문이다. 묘령의 여자 ‘그 여자’와 정현의 충격적인 사연은 이야기 후반에서야 드러나는 등 서스펜스적 분위기를 풍기기도 한다.

반면 인애의 사랑은 절대적이다. 이외에도 젊은이들의 다양한 사랑의 풍경들이 펼쳐진다. ‘녹지대’는 서울 명동에 자리잡은 지하에 있는 음악 살롱이자 젊음의 해방구.

방민호 서울대 교수는 “이 소설은 자신들이 담당하고 있는 시대의 불모성을 뛰어넘어 그 이후를 설계하려는 1960년대인들의 심리 및 의식에 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김은경 카이스트 교수는 “전후를 배경으로 다양한 양태의 사랑서사를 펼치고 있다. 이 소설에 나타나는 치열한 사랑은 사랑 서사로서뿐 만아니라 죄의식의 문제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박경리 문학의 새로운 특색을 드러낸다”며, “박경리의 다른 작품들과 달리 제2세대를 주인공으로 하여 그들의 꿈과 사랑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고 밝혔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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