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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사람> “신기루 같은 파생상품 양면성 그렸다”
反월가 소설 ‘더 월’ 출간 소설가 우영창
20년간 증권사 근무하며 경제소설 구상

금융업자의 탐욕·작전세력 생생한 묘사



“증권사에서 파생상품을 다루면서 그 부작용이 너무 커서 소설을 써야겠다고 10년 전부터 구상해왔는데, 마침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가 터지면서 본격적으로 작업에 들어갔죠.”

최근 탐욕 금융의 실체에 맞선 월가 시위가 세계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첨단 금융공학의 현장에서 20여년간 실무를 맡아온 증권맨 출신의 소설가 우영창(55·사진)씨가 ‘반(反)월가 소설’이랄 장편소설 ‘더 월’(전2권ㆍ문학의문학)을 펴냈다.

부패와 탐욕의 금융업자들을 10년에 걸쳐 표적 테러해온 ‘세계금융정의연대’란 조직의 활약을 그린 작품으로, 마치 월가 시위의 데자뷔처럼 읽힌다. 다만 월가 시위자들이 조직, 강령, 돈도 없는 무정부주의자처럼 비쳐진 반면 소설의 금융정의연대는 이 셋을 모두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우씨는 “우리나라 파생상품의 규모는 세계 1, 2위를 다툰다”며, “금융의 실체는 부풀리기에 있기 때문에 실체 없는 실체는 문제를 일으키게 돼 있다”고 걱정한다. 특히 월가의 금융은 정치와 얽혀 있어 금융인들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게 마련이라는 것.

동서증권에서 1980년부터 2003년까지 금융시장의 폭풍 성장시기를 온몸으로 겪어온 우씨는 “주위에서 파생상품으로 망한 사람을 여럿 봤다”며, 1억원 투자해서 10억원을 벌었다가 원금마저 다 잃어버리는 경우가 흔했다고 했다.

우씨는 금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대한 일반의 오해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흔히 금융업 종사자들이 월급을 많이 받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대부분 고객관리 등에 재투자되기 때문에 공무원보다 못하다”며, 혜택도 받지만 희생도 당하는 양면성이 있다고 말한다. 열매는 오로지 극소수의 사람만 가져간다는 것이다.

소설은 스릴러라는 장르적 요소를 끌어들여 본격문학의 깊은 맛과 장르의 재미를 동시에 선사한다. 소설의 주인공은 ‘세계금융정의연대’와 그곳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여대원 하소야, 같은 대학 투자 동아리 출신의 4인방. 하소야는 정의연대로부터 증권사의 전직 자산운용과장인 김시주를 제거하라는 지령을 받는데 오히려 자살하려는 시주를 구하고 사랑에 빠진다. 여기에 투자금융사 센터장, 재벌 2·3세들과 작전세력, 경영컨설팅 업체와 기업체 인수합병 등 치열한 경제전쟁이 긴박하게 굴러가며 본격 경제소설의 진수를 선사한다.

탄탄한 서사와 생생하고 치밀한 묘사, 금융의 양면과 인간의 이중성에 대한 통렬한 풍자, 특히 금융세계의 디테일을 완전히 장악한 글쓰기가 편하고 속도감 있게 읽힌다. 돈의 흐름을 쥐고 다뤄온 작가의 총 역량을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우씨는 주인공들이 금융정의를 내세우고 있지만 발언이나 힘이 들어가는 건 경계했다고 말했다. “작가는 쓰고 싶은 걸 쓰는 거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거는 없죠. 완성도를 높여 쓰느냐가 문제죠.”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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