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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주입식 교육은 무조건 나쁘고 토론식 수업은 마냥 좋다?
“저는 주입식 교육을 많이 받았어요. (중략)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이 매우 훌륭한 교육이었다고 여겨지는 거예요. 확실하고 아름답고 단순하고 분명하고 앞뒤가 맞는 문장을 외워서 자기 육체의 일부를 만들어보는 거죠.” 소설가 김훈이 시인 이문재와의 대담에서 밝힌 ‘글쓰기의 최소원칙’ 중 일부다.

주입식 교육은 나쁘고 토론 위주의 열린 수업은 마냥 좋은 것일까? ‘좋은 수업이란 무엇인가?’의 저자인 독일의 교육학자 힐베르트 마이어의 대답은 “아니요”다.

저자에 따르면 직접적 교수법은 지식 습득에 효과적이며 열린 수업은 방법적 능력을 키우는 데 적합하다. 일례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한국이 월등한 성적을 보이는 것은 직접적 교수법의 성과라 볼 수 있다.

저자는 또한 학생 수가 적을수록 학습 성과가 높다는 통념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경험적 연구사례에 비추어볼 때 적절한 교수법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학생 수는 그야말로 숫자에 불과하며 학생 수가 적다해도 수업은 산만한 잡담이 되기 쉽다.

이를 역으로 직접적 교수법이 우월하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 저자의 결론은 “많은 길이 로마로 통한다”는 것이며 “혼합림이 단일경작보다 낫다”는 것이다. 학습 성격에 따라 방법을 세분화하고 목적에 맞는 성과를 이뤄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학생 개개인의 성향과 관심을 충분히 파악한 후 각각에 맞는 다양한 학습법을 취하는 스웨덴식의 ‘개별적 촉진’을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좋은 수업을 위한 ‘왕도’란 없다. 교육현장의 경험과 교육철학의 이상이 조화를 이룰 때에만 ‘좋은 수업’이 가능하다는 저자의 진단은 탁상공론에 휘둘리고 ‘일방통행’하는 한국의 교육현실에 적잖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김기훈 기자/kih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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