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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근석, 도쿄돔에서 3시간반 버티는 비결
[도쿄=서병기 선임기자]장근석이 4만 5000여명이 지켜보는 도쿄돔에서 과연 3시간30분 동안 무엇으로 버틸까. 장근석의 도쿄돔 공연이 열리기 하루 전 공연 큐시트를 받아보고서도 이 의문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공연 당일 첫 무대를 보는 순간 그 의문은 바로 사라졌다. 그 무기는 연기였다. 가수는 노래로 공연을 채워야 하지만 장근석은 스토리를 집어넣은 영상을 보여주고 그것을 연기로 어색하지 않게 표현해낼 줄 알았다. 이런 식이라면 5시간을 공연해도 팬들이 지치지 않을 것 같았다.

게다가 장근석은 자신의 노래로만 레퍼토리를 꾸몄다. 이미 5차례의 아레나 투어에서 선보인 자신의 곡만 해도 40곡이나 됐다. 장근석은 “아티스트라면 자신의 곡을 부르는 게 정상이다”면서 “자신의 노래를 부르면 저작권료가 안 나간다. 제 노래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자신의 노래로만 공연을 채우는 배우는 한국에서도 없었고 일본에도 없다.

사실 장근석의 노래 실력은 그다지 뛰어난 건 아니다. 가끔씩 고음을 처리할 때 음정이 불안했다. 하지만 그건 크게 문제될 일이 아니었다.

장근석은 3시간30분 내내 노래 부르는 시간을 제외하면 일본말로 말한다. 감정을 실어, 살아있는 표정으로 일본어 대사를 처리하기 때문에 팬들의 감정이입이 더욱 강해진다. 말도 연기였다.

장근석의 공연 콘셉트는 자신의 성(城)인 ‘프린스 월드’에 관객과 게스트를 초대해 곳곳을 소개하는 콘셉트로 진행됐다. 카메라가 돌아가자 렌즈를 쳐다보며 자신의 얼굴 화장을 고치고, 클럽과 같은 자신의 ‘월드’를 설명할 때는 “클럽에 가면 예쁜 여자들이 많다. 여기까지만 말하겠다”고 능청스럽게 말한다. 자신의 침실을 소개할 때는 느닷없이 “같이 잘까?”라고 묻기도 했다. 한국 공연에서라면 있을 수 없는 대사였다.

하지만 연기를 하는 장근석은 하나도 어색하지 않았다. 관객은 자유로운 상태에서 최대한 재미있게 무대를 꾸미는 그의 의도에 100% 동의해주었다.

자신을 프린스라고 하는 것부터가 손발이 오글거리는 행위지만 장근석이 하면 썩 잘 어울렸다. 장근석은 오글거리는 단계를 완전히 벗어나 획기적으로 감정을 표현하기 때문에 미처 ‘오글거린다’는 표현을 쓸 수가 없었다. 오히려 자신만의 소통법이 가능해진 것이다. 오히려 장근석의 팬, 일명 ‘장어’(우나기, 장근석은 몸보신을 하기 위해 평소 장어를 먹는데, 힘 나게 해주는 존재가 팬이라는 점에서 팬을 장어라고 부르고 있다)라면 이를 기대하고 있다.



장근석은 자신의 인기비결을 스스로 말했다. 그는 “나에 대한 팬들의 반응을 보면, 다음 일을 예상할 수 없어 궁금하다, 한 가지로 정의내릴 수 없다가 압도적으로 많다. 무조건 착하고 말이 없고 대중의 요구대로 하는 스타가 아니라 돌발적으로 팬들을 괴롭히기도 하는 건 일본에서 없었다”면서 “저에게는 위험한 장치였지만 예상대로 하는 건 재미가 없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재미있게 한 게 효과적이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장근석이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것은 다재다능함이 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연기와 노래, 외국어, 유머감각, 순발력 등이 합쳐진 종합선물상자식 공연이다. 이 점은 한류스타 배용준과도 크게 다른 점이다.

배용준은 2시간동안 노래를 하나도 부르지 않고 팬들과 차분히 소통한다. 팬들은 느끼며 눈물을 흘리는 식이다. 장근석은 팬들과 흥겹게 노는 수준을 너머 팬들을 괴롭힌다. 일명, ‘도에스’라고 하는 변태적 속성이다. 장근석은 이를 유효적절하게 사용하기 때문에 효과가 배가된다. 팬들은 자신의 스타가 손 한 번 잡아주는 것만도 황송한데 셔플댄스를 추고 춤을 잘 못추면 지적도 하는 스타를 보면서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

장근석은 한류스타를 즐기고 있었다. 장근석은 “내 삶을 즐긴다. 학교 다니는 것과 공연, 드라마 출연 모두 다 즐긴다”면서 “아시아의 프린스를 너머 월드 프린스가 꿈이다. 자아도취 소리를 안 들으려고 외국어도 열심히 공부한다”고 말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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