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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막영애’ 김현숙-박성광 “직장인 스트레스 확 날려버려요~”

“내 이름은 이영애. 나이는 서른하나/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들까/7년차 회사원 연봉은 쥐꼬리/내 인생 봄날이 오긴 올까/여자의 로망은 44 사이즈/나는 77 사이즈 (중략) 남들보다 두 배로 노력해도/못생기고 뚱뚱하면 소용없어/남자들 로망은 산소 같은 영애/나는 황소 같은 이영애.”(뮤지컬 넘버 ‘내 이름은 이영애’ 中)

못생기고 뚱뚱한 노처녀의 설움을 대변해온 ‘영애씨’가 뮤지컬 무대에 오른다. 2007년부터 노처녀의 직장생활을 리얼하게 그려 호평받은 tvN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이하 막영애)는 시즌 9까지 이어지며 국내 시즌제 드라마의 새 장을 열었다. 5년째 영애로 살아온 배우 김현숙은 드라마에 이어 뮤지컬 ‘막돼먹은 영애씨’의 주인공으로도 출연한다. 지난달 28일 서울 동숭동 대학로 연습실에서 김현숙을 만났다.

 
왼쪽부터 뮤지컬 ’막돼먹은 영애씨’의 주연을 맡은 박성광, 박지아, 김현숙, 임기홍.

-드라마에 이어 뮤지컬에서도 ‘영애’를 연기하게 됐다. 부담은 없었는지.

▶뮤지컬 속 영애로 출연해 달라는 제의가 들어왔을 때, 사실 고사했다. 드라마는 시즌 9에 이르기까지 촘촘하게 쌓인 다양한 에피소드가 있지 않나. 하지만 2시간이라는 한정된 시간, 현장성 있는 라이브 공연으로 압축해서 보여주는 뮤지컬에 부담이 컸다. 다른 뮤지컬에도 출연한 적이 있지만 ‘막영애’이기 때문에 오히려 출연 의사를 결정하는데 부담이 컸던 것 같다.

-드라마와 뮤지컬, 어떤 점이 다른가.

▶뮤지컬은 현장예술이 지니는 묘미가 있다. 같은 영애를 이야기하더라도, 브라운관 밖에서 공감했던 관객들과 물리적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 현장에서 즉각 즉각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공감대를 함께 형성한다는 매력이 있다.

-무대 위에서는 2시간 내에 영애의 이야기를 전해야 한다. 영애의 어떤 특징을 부각시킬 건지.

▶사실 영애는 자신감 넘치는 천생 여자다. 언뜻 외모에 대한 자격지심이 많아 보이지만, (주변에서 놀릴 뿐) 스스로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가 별로 없다. 자신에 대해 매우 만족하고, 주변을 배려할 줄 아는 따뜻한 캐릭터다. 사실, 영애의 모습은 내(김현숙) 모습과도 많이 닮아 있다.

-6년간 영애로 지냈다. 영애에 대한 애정은 어느 정도인가.

▶나는 영애다. ‘현숙아’ 대신 ‘영애야’라고 부르는 현장 스태프와 5년을 보냈다. 그래서 시즌마다 영애가 겪는 각종 불상사가 진짜 내 삶인 양 괴롭기도 했다. 때론 극 중 영애가 깨닫는 것이 실제 내 삶에 영향을 끼친다. 영애가 극 중 이별, 파혼 등을 겪었을 땐 실제로 몸이 많이 아팠다.

-‘김현숙=영애’ ‘영애=김현숙’ 공식이 부담스러운 순간이 있나.

▶주변에서는 한 가지 캐릭터로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을 걱정한다. 하지만 영애가 아니었다면 ‘김현숙’이라는 엔터테이너가 이렇게 빛을 볼 수 있었을까. 영애는 현재진행형의 ‘성장형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영애를 떠날 순간이 오겠지만, 나 역시 ‘개그맨 김현숙’에서 ‘배우 김현숙’으로 새로운 도전을 하며 허물을 벗고 있다고 생각한다.

-영애를 보고 힘을 얻는 직장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힘들 때 힘이 돼주는 이들은 바로 우리 옆에 있는 동료, 후배, 선배, 상사다. 직장이 방송국이고 공연장이고 연습실인 나 또한 그렇다. ‘막영애’에는 내 꿈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도전하는 시간을 함께해주는 동료들이 있어 소중하다.

영애를 괴롭히는 직장 상사, 최고의 비호감 캐릭터 ‘박 과장’도 극의 큰 웃음을 책임진다. 상사에게는 온갖 ‘사탕발림’ 아부를 떨고, 아랫사람에겐 막 대하는, 직장 상사의 온갖 비열한 악행은 다 저지르는 박 과장 역은 ‘개그콘서트’의 ‘발레리NO’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개그맨 박성광이 맡았다. 영애로 불리기 전 ‘개콘’의 ‘출산드라’로 이름을 날린 김현숙, 그리고 독특한 개그 코드로 인정받아온 박성광의 개그 호흡이 뮤지컬의 웃음지수를 한껏 높여준다. 뮤지컬 배우로 첫선을 보이는 박성광과 인터뷰했다.

-‘발레리노’ 이후 뮤지컬을 선택했다. 박 과장 캐릭터를 맡은 계기는.

▶이미지 캐스팅이다. 개콘 ‘발레리NO’를 보던 이재준 연출이 박 과장 역할에 정말 잘 맞겠다고 적극 추천했다. 개콘 ‘발레리NO’가 멀티 퍼포먼스였기 때문에 뮤지컬에도 잘 어울릴 거라 판단했다고 했다. 최근 개그맨들이 뮤지컬 무대에 다수 진출했는데, 나도 이 역할이라면 첫 뮤지컬 도전이지만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박 과장 캐릭터, 직장에 꼭 있는 비호감 캐릭터다. 어떤 점에 주력해서 표현할 예정인지.

▶일 잔뜩 시켜놓고 ‘쉬엄쉬엄 해라’ 말하더니, 그날 밤에 회식 꼭 데리고 가면서 ‘예전에는 말이야~ 니들처럼 안 했어’라는 이야기할 때? 그런 비호감이 없는 것 같다. 관객들의 공감대를 사는 게 관건이다.

-가장 인상적인 박 과장의 대사는.

▶박 과장이 사장하고 같이 한탄하는 장면이 있다. 직원들한테 ‘우리를 욕하지 마라. 가족 위해 열심히 달려가는 우리는 사나이, 사는 게 치사하고 자존심 구기지만 사랑하는 가족들 생각하며 오늘도 웃는다’라고 말하는 장면. 가장 인상적이다.

-내가 생각해도 제일 독한 박 과장의 대사.

▶PT를 앞두고 뚱뚱한 여자보단 예쁜 여자가 하는 게 설득력이 있다며 노래 부르는 장면. ‘보기 좋은 게 장땡’이라는 뮤지컬 넘버가 있다. “뚱뚱한 여자는 속도 꼬였지만 예쁜 여자는 맘도 비단결 같다네. (중략) 요새는 유치원 꼬마들도 얼굴 예쁘고 몸매가 좋은 선생을 원해” 뭐 이런 가사들. 참 독하지 않나.(웃음)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뮤지컬 <막돼먹은 영애씨>=대학로 컬쳐스페이스 엔유, 11월 18일~내년 1월 15일. 1577-3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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