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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머니를 기다리며 마주했던 그 빛..‘빛의 화가’ 하동철 5주기전
일평생 빛을 주제로 작업했던 하동철 전(前) 서울대 미대 교수(1942-2006)의 5주기를 기념하는 ‘빛/The SUBLIME’전이 서울 인사동 공아트스페이스에서 개막했다.

하동철의 시대별 대표작을 모은 이번 전시는 작가로서 고인이 남긴 예술적 성취를 체계적으로 점검해보는 자리. 1전시장에는 대작 중심으로 2000년 이후 대표작을 모았고, 2전시장에는 1980-90년대 대표작과 설치작품을 전시했다. 또 3전시장에는 1970년대 대표작 및 판화, 드로잉 작품 등 초창기 작업이 내걸렸다.

어린 시절 귀가하는 어머니를 기다리며 석양빛 반짝이는 언덕 너머를 주시하곤 했던 작가는 이후 빛의 세계에 관심을 갖고 이를 형상화했다. 포근했던 기억 속 빛은 물론이고, 아버지 장례 때 보았던 원색 상여에 비친 아침햇살 등을 필두로 40여년간 빛을 표현하는 데 매진했던 것.

하동철 작업은 직선을 일정 간격으로 교차시키며 빛을 조형적으로 구현한 것이 특징. 이로써 화폭에는 독특한 공간구조가 탄생했다.
1980년대 초에는 볼펜으로 수직선을 끝없이 그려가며 나이아가라 폭포의 물줄기라든가 하늘에서 쏟아지는 빛의 현상을 시각화했다. 또 물감을 묻힌 실을 캔버스에 튕겨 그 흔적을 살리기도 했다. 출품작 중 하이라이트는 1986년 베니스비엔날레에 한국 작가 최초로 출품했던 대작 ‘Light 84-P2’. 빛의 오묘함과 찬란함이 잘 살아난 작업이다.

하동철은 2000년 이후에는 빨강과 파랑 두가지 색으로 고요하면서도 자기 성찰적인 화폭을 선보이며 원숙한 경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미술평론가인 박일호 이화여대 교수는 “하 교수의 그림은 구도자로서 한 인간의 갈등과 예술세계에 대한 치열한 고뇌를 담은 거대한 우주이자 ‘빛’이라는 이름으로 정신세계를 갈구했던 구도자의 갈망을 담은 공간”이라고 평했다. 전시는 25일까지. 02-735-9938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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