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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생명수업(김성호 글과 사진/웅진지식하우스)=생명 있는 것들을 돌아보는 일은 관심과 기다림을 요구한다. 저자는 이를 다가섬이라고 말한다. 보고 싶다고 볼 수 있는 것도,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기때문이다. 겨울날 옹달샘을 만들어 새들이 찾아오길 기다리는 마음, 노란 병아리만 있는 게 아니라 까맣거나 갈색인 병아리도 얼마나 귀여운지 저자의 눈과 마음은 카메라의 렌즈를 통해 드러난다. 자연의 온갖 생명들이 색과 모양, 어울림을 통해 툭툭 던져놓는 메시지들은 단순하지 않다. 꽃잎이 듬성듬성 달려있는 함박꽃나무, 궁했던 시절 먹거리였던 달개비의 순한 어린잎, 엄마를 찾는 어린 딱따구리의 몸짓 등 저자의 생명을 쫓아가는 눈길이 간절하고 정감있다.

▶자본주의 구하기(에릭 링마 지음, 왕혜숙 옮김/북앤피플)=금융시장의 실패로 자본주의가 또 얻어맞고 있다. 문명의 시간속에서 그리 긴 역사를 차지하지 않지만 자본주의가 이룩해낸 것은 어느 것과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자본주의만큼 인간을 황폐화시키며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도 없다. 저자는 자본주의의 최대 장점을 스스로 지닌 보호장치로 파악한다. 즉 시장의 부정적인 효과들에 대응하기 위해 그리고 시장의 충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보호장치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가족, 결사체, 국가라는 보호장치다. 저자는 이 세 보호장치들이 각각 어떤 역할을 통해 어떻게 사람들을 시장의 충격으로부터 보호하며 인간성을 지킬 수 있도록, 또 사회과학자들의 예언을 비껴가며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보여준다.

▶소설 읽는 방법(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문학동네)=소설도 아는 만큼 더 재밌게 읽을 수 있다. ‘달’ ‘일식’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히라노 게이치로는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니콜라스 틴베르헌의 동물의 행동을 연구하는 네 가지 질문, 메커니즘, 발달, 기능, 진화를 소설에 적용해 소설 읽는 법을 제시한다. 메커니즘은 소설의 구조를 통해 소설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방식. 발달은 작가 개인의 변화과정을, 진화는 사회의 역사, 문학속에서 작품이 어떤 위치를 갖는지를 살피는 것이다. 소설 읽기는 ‘시간의 화살표를 따라 궁극의 술어를 찾아가는 여정’이라는 그의 정의는 소설만큼 호기심을 자극한다.

▶튜더스(G.J.마이어 지음, 채은진 옮김/말글빛냄)=튜더왕조가 잉글랜드를 통치한 기간은 3대에 걸쳐 총 118년에 지나지 않지만 세계사를 바꾸어 놓았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그 위치가 남다르다. 시조 헨리 7세, 피의 메리로 악명을 떨친 메리 1세, 튜더왕조의 핵심인물인 헨리 8세와 엘리자베스 1세는 정치력과 연기력의 달인으로 불린다. 허구의 자신을 만들어 놓고 그 뒤에 숨어 살았지만 당대의 집단적인 생각에 성공적인 인상을 남겼다는 게 저자의 평가다. 페르소나 고유의 매력과 시대를 초월하는 정치적 유용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저자는 통치자의 개인적인 야망이 집단의식과 어떻게 만나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찬찬하게 살핀다. 당시 계층구조와 중세 가톨릭 교회, 프랑스와 스웨덴의 관계, 오스만 제국 등 유럽 역사와의 연관성도 폭넓게 다뤘다.

▶조명동 사진집 ‘서울, 시간의 群舞’(조명동 지음/하얀나무)=서울은 흔히 잿빛 도시, 시멘트 빌딩으로 얘기돼 왔지만 이젠 구닥다리 수사를 벗어던질 때다. 적어도 사진작가 조명동의 렌즈 속 서울은 울울창창하다. 푸르를 대로 푸른 북한산과 도봉산, 남산, 작은 숲과 공원, 한강 등에서 바라본 서울의 풍경은 자연과 제법 잘 어우러진 새로운 발견이다. 동트는 붉은 새벽에 남산을 배경으로 나는 철새들의 군무,금빛으로 물든 한강, 이야기와 역사를 품고 있는 산들, 운무에 싸인 도심을 품에 안은 남산과 북한산의 모습은 홀로 깊은 산들만큼이나 신비롭다. 활기 넘치는 다양한 축제들, 고궁의 멋 등 서울이야기에 가슴이 뿌듯하게 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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