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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블베이시스트 남매 성민제ㆍ미경 더블베이스 듀오 무대에 서다

 그저 홀로 서 있어도 묵직한 기운이 풍기는 악기. 웬만한 사람 키를 훌쩍 뛰어넘는 더블베이스는 덩치만큼이나 큰 울림을 준다. 나직이 깔리는 무게감 있는 음색의 더블베이스는 바이올린이나 첼로에 비해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 속에는 다채로운 매력이 숨어 있다. 

이번에는 오직 더블베이스만을 위한 무대다. 더블베이시스트 성민제(21)ㆍ미경(18) 남매가 오는 8일 금호아트홀에서 ‘클래시컬 프론티어 시리즈’를 주제로 한무대에 선다. 무대를 채우는 건 남매와 두 대의 더블베이스. 국내는 물론 세계 무대서도 좀처럼 볼 수 없는 더블베이스 듀오 무대다. 지난 5일 서울 광진구 구의동 연습실에서 성민제ㆍ미경 남매를 만났다.

“더블베이스를 처음 접하신다면, 무겁게 들릴 수도 있어요. 프로그램 모두 더블베이스를 위한 곡들이라 어려울 수도 있고요. 하지만 오로지 더블베이스의 매력에만 빠져들 수 있는 흔치 않은 공연이 될 겁니다.”(민제)


남매는 서울시향 더블베이스 연주자인 아버지 성영석 씨와 함께 ‘더블베이스 가족’으로도 유명하다. 둘 다 굵직한 국제 콩쿠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실력파로 단독 무대를 꾸미기에 손색 없는 솔리스트다. 슈페르거 콩쿠르(2006년)와 쿠세비츠키 콩쿠르(2007년) 우승을 휩쓴 성민제는 현재 독일 뮌헨 음대에서 최고 연주자 과정을 밟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공부 중인 성미경도 오빠가 우승했던 슈페르거 콩쿠르에서 작년에 우승한 반짝이는 연주자다.

이들 남매는 8일 공연에서 더블베이스만으로 이뤄진 듀오 무대를 펼친다. 피아노나 첼로, 바이올린 선율 하나 없이, 오로지 더블베이스의 음색으로 가득 채우는 공연이다.

“거의 세계 최초로 펼쳐지는 무대죠. 아무리 유명한 베이시스트가 모여도 이 구성으로는 연주를 잘 안 해요. ‘밑져야 본전’이라고들 말하거든요.(웃음) 이번 무대는 일종의 도전입니다. 더블베이스의 매력에만 집중할 수 있는 학구적이며 음악적인 무대죠.”(민제)


미경 씨는 이번 무대의 매력으로 “바이올린이나 첼로만으로 구성된 무대는 많은데, 베이스만으로 이뤄진 공연은 없었다”며 “베이스의 진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매가 선택한 레퍼토리는 더블베이스의 고전에 가깝다. 조반니 보테시니와 카를 프리드리히 아벨, 에밀 타바코프 등의 작품을 연주한다. 민제 씨가 직접 프로그램을 짠 이번 구성은 1부를 그의 솔로로 시작하고, 조반니 보테시니의 ‘더블베이스를 위한 대 2중주 제1번’을 남매가 듀오로 연주한다. 2부의 시작은 미경 씨의 솔로 무대. 마지막 곡은 조반니 보테시니의 ‘더블베이스를 위한 대 2중주 제2번’이다.

 민제 씨는 “피아노 없이 한번 해보자는 말로 시작한 콘셉트인데, 생각보다 너무 진지해졌다”며 “동생과 함께 준비하다 보니 책임감이 더욱 크다”고 했다. 미경 씨는 “워낙 고전 레퍼토리라서 어떻게 무대를 재미있게 꾸밀까 고민 중”이라며 “지루하지 않게 오빠와 상의해가며 변주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가족이 한무대에 서니, 느낌도 남다르다. 민제 씨는 “둘 간 음색이 잘 맞는다. 다른 연주자들과의 호흡보다 훨씬 좋다. 무엇보다 가족이기 때문에 무대 위에서 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경 씨도 “오빠의 연주는 섬세하고 여성스러운 음색이고, 제 연주는 남성적인 느낌이 강한 편”이라며 “서로의 장단점을 잘 아니까 오히려 편하다”고 했다.

두 사람은 이번 공연을 통해, 더블베이스의 ‘참매력’을 들려주겠다는 각오다. “더블베이스의 매력을 제대로, 진지하게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무겁지만, 또 무겁지만은 않은 공연, 기대해주세요.”(미경)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
사진=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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