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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준만 교수 “2000년대는 노무현 시대였다”
“2000년대는 긍정적 의미에서든 부정적 의미에서든 ‘노무현 시대’로 불릴 만하다”

강준만 전북대교수가 ‘한국현대사 산책’(전 5권,인물과 사상사) 2000년대 편을 내며, 21세기 첫 10년을 ‘노무현 시대’로 규정했다. 재임기간은 2003년부터 2008년까지 5년이지만 이전 기간은 ‘희망’과 ‘가능성’의 아이콘으로, 이후 기간은 ‘반추’와 ‘유산’의 소용돌이 속에 늘 노무현이 있었다는 말이다.

총 8200매의 방대한 분량의 이 현대사 산책은 무엇보다 디테일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통시적이면서 미시적이다. 강 교수는 ‘시대의 일기장’격인 신문 등 미디어에 비친 각 시기의 정치,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사건들을 다시 읽어내며, 시대를 관통하는 집단의식의 뿌리를 잡아챈다.

사회적 파장과 의미를 묻는 사건들 속에 2000년은 소설가 이문열의 홍위병 논쟁으로 번진 시민단체들의 낙천ㆍ낙선운동으로 문을 연다. 극심한 지역주의로 갈라진 제16대 총선, 386 정치인들의 5ㆍ18 전야 광주 룸살롱 사건, 김대중ㆍ김정일의 6ㆍ15선언, YS신드롬과 지역주의 등이 장식했다. “나만이 이회창 이긴다”고 선언한 노무현의 대권선언(2001년), 노무현의 부상과 월크컵 4강진출, 행정수도 이전론, 대선의 이합집산과 노무현 대통령당선(2002년)등 굵직굵직한 드라마들이 리플레이된다. 2003년은 노무현의 ‘대통령직 못해 먹겠다’는 말로 시작된 노무현의 말과 정치의 드라마다. 민주당 분당, 2004년은 열린우리당 창당, 노무현 탄핵, 제17대 총선 열린우리당 압승, 행정수도 파동, 뉴라이트의 행동이 가시화된 시기다.

노무현의 정치철학을 문제삼고 나간 민주당, 유시민-386논쟁, 노무현의 댓글 정치(2005년), 노무현 탈당 언급, 유시민 청문회, 한미FTA 논란, 5.31 지방선거 열린우리당의 몰락(2006년), ‘대통령 4년연임제 개헌’논란, 이명박과 박근혜의 이전투구(2007년), 고소영ㆍ 강부자 대한민국 접수, 6ㆍ10 100만 촛불대행진, 노무현 서거, 김대중 서거, 노무현 정신으로 돌아가자는 친노 국민참여당의 창당 (2009년) 등 2000년대 정치와 사회상이 고래 뼈처럼 굵직굵직하게 드러난다.



사회 문화현상도 넘나든다. 영어 광풍과 3불정책 등으로 흔들려온 교육정책, 룸살롱 사건들, 부동산 투기 등도 매년 등장하는 레퍼토리다. 신정아, 미네르바, 숭례문 화재 등 돌발사건들도 올라있다.

마치 그해의 10대 사건을 집약해 놓은 인상이 짙지만 이 책의 미덕은 저자의 통찰력이다. 좌와 우, 진보와 보수를 넘나들며 각 분야의 다양한 줄기가 하나로 흘러들며 도도히 흘러가는 흐름속에서 겉에 이는 거품이 아닌 속에 흐르는 맥을 짚어나가려는데 있다. 


저자는 이를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지도자 추종주의로 집약해낸다. 국회의원이나 정치가가 공복이 아닌 특권, 권력으로 인식되고, 그런 사회구조가 바뀌지 않고 있는데 따른 문제다. 지도자 추종주의는 유능하고 강력한 지도자를 만나면 무서운 힘을 발휘할 수 있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노무현 시대를 올바르게 평가하기 위해서는 한국 정치에 대한 총체적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즉 한국정치는 혐오와 저주의 대상이자,관리와 통제의 대상, 열망과 숭배의 대상, 인정과 이용의 대상, 약자의 원한으로서의 정치라는 다섯 개의 얼굴을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노무현은 이 중에서 약자의 원한을 가진 아웃사이더의 지존이었다는게 강 교수의 평이다. 그는 똑똑하고 정의롭고 뚝심과 열정을 지닌 아웃사이더로서 열정의 상징이자 구현체가 됨으로써 한국 여론 형성의 역동성(불안정성)을 극대화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인의 숨은 얼굴이며,노무현 시대는 그 얼굴의 희로애락이 드라마틱하게 드러난 시대였다”

노무현을 통해 우리사회, 우리 얼굴을 그려낸 셈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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