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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중미술가 임옥상의 8년만의 외출..뻘겋게 뒤덮힌 광화문
민중미술가 임옥상(61)이 공공미술 작업에 푹 빠져 지낸 끝에 개인전을 연다. 꼭 8년 만이다. 임옥상은 오는 8월26일부터 9월18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전관(미루갤러리 포함)에서 개인전을 펼친다.

충남 부여 출신으로 서울대 미대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민중미술 운동에 뛰어들어 우리 근현대사를 가로지르는 중요한 작품들을 다수 남겼던 임옥상은 한동안 공공조형물 작업및 대규모의 야외프로젝트 등에 매진하느라 회화및 조각작업 발표를 미뤄왔다. 때문에 그의 신작을 기다려온 애호가및 팬들은 궁금증만 키워왔다.

임옥상은 지난 1970~90년대 우리 사회의 왜곡된 현실과, 흙에 뿌리내리며 살아가는 민중들의 아픈 삶을 ’정곡을 찌르는 듯한 절묘한 미술언어’로 우리 앞에 펼쳐왔다. 역동적이면서도 가슴 아프고, 또 아름다우면서도 의식의 날이 시퍼렇게 살아있는 작품들은 많은 이들을 사로잡았다. 서구열강의 침탈에 의해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진 아프리카의 근현대사를 다룬 대형 회화 또한 많은 관심을 모아왔다. 




이후 전국민족미술인연합 대표 등을 역임한 임옥상은 근래들어 임옥상미술연구소를 세우고, 공공 프로젝트에 힘을 쏟아왔다. 미술운동을 또다른 방식으로 전개한 셈이다. 그런 그가 8년 만에 갖는 이번 개인전은 “예술의 역사적 기억”을 주제로 물, 불, 철, 살, 흙 등의 재료로 형상화된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다.

이번 전시에 앞서 임옥상은 다음과 같이 소회를 밝혔다.
"저도 놀랐습니다. 8년만이라니? 지난 10수년간 ‘벽 없는 미술관 운동’, ‘공공미술 운동’한다고 거리와 작업 현장에서 바쁘게 돌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가슴이 텅 빈 기분을 느꼈습니다.스스로 다짐한 대로 10여년을 공공미술에 매달리고 나서 불연 듯 자신을 다시 보게 된 것입니다.

8년만의 외출, 눈부십니다, 설렙니다. 물, 불, 쇠, 살, 흙, 이번 개인전의 화두기도 하고 주제기도 합니다. 또한 직접 사용한 재료기도 합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땅’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내가 서있는, 살고 있는 땅-대지를 그리는 것으로 첫 출발을 했습니다. 그러나 땅을 그리면 그릴수록 땅이 그리웠습니다. 유화로는 땅을 더 이상 그릴 수가 없었습니다. 나는 논. 밭으로 들어갔습니다.

흙을 맨발 맨손, 온몸으로 끌어 안았습니다. 씹고 핥고 먹어 보고 싶었습니다. 추상의 땅이 아니라 주제로서의, 물질로서의 흙으로 밀고 들어 갔습니다.
이번 전시는 흙에 부치는 찬가입니다. 흙의 극한에 도전합니다. 흙의 물성에 전체를 겁니다. 물, 불, 쇠, 살, 모두 흙으로 수렴됩니다. 또 그것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맞물립니다.독립적이면서도 각각 서로를 내포합니다.
꽃 연작, 쇠 연작도 모두 흙의 다른 얼굴일 뿐입니다. 흙의 발화라고나 할까요. 김정환 시인이 책을 냅니다. 제 작품을 가지고 책을 썼습니다. 궁금하기 그지없습니다. 흙을 사랑한 故정기용, 신근식 두분 건축가에게 이 전시를 바칩니다."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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