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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에 내린 ‘한국문학의 첫눈’ 은 눈부셨다
소설가 신경숙 세계 북투어 마치고 귀국…다시보는‘엄마 신드롬’

‘엄마를 부탁해’ 28개국과 판권계약

아마존닷컴 상반기 ‘베스트 10’진입

유례없는 상업적 성공 세계가 주목

공지영·한강도 해외진출 노크

폐쇄적 출판구조 문학한류 걸림돌

에이전시 활성화·번역자 양성

‘제2 신경숙’ 발굴 풀어야 할 숙제





소설가 신경숙(48) 씨가 장장 4개월여에 걸친 ‘엄마를 부탁해’의 세계 북투어를 마치고 24일 귀국한다. 지난 4월 5일 미국 뉴욕에서 영어 소설 ‘Please Look After Mom’ 발간과 함께 북투어에 들어간 뒤 미국 7개 도시, 유럽 8개국을 도는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신 씨는 독점 에이전시인 KL매니지먼트 이구용 대표를 통해 “아주 큰 좋은 경험이 됐다”며 “피부색, 언어가 다르지만 엄마에 대해 느끼는 정서와 마음은 다르지 않은 것 같다”고 대장정을 마친 소회를 밝혔다.

신 씨의 북투어는 이걸로 끝이 아니다. 9월 16일 일본 슈에이샤(集英社)를 통해 일본어판 출간에 맞춰 14~17일 일본을 방문한다. 또 9월 7~11일에는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리는 브리즈번작가 페스티벌에 참가해 세계 독자, 작가들과 만난다.

‘엄마를 부탁해’는 현재 28개국에 판권이 팔린 상태로, 한국 문학의 수출판도를 새롭게 개척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적잖다.

▶‘엄마를 부탁해’가 이룬 성과=‘엄마를 부탁해’는 최근 중동 레바논에 판권이 팔리면서 총 28개국에 수출됐다. 이는 국내 문학작품의 최다 해외판권 판매다. 소설가 이문열, 황석영, 시인 고은의 작품이 그동안 많이 번역돼 나갔지만 20개국을 넘지 못했다. 더욱이 에이전시라는 상업적인 시스템을 통해 순수하게 시장의 요구에 따라 판권이 글로벌하게 팔린 건 처음이다. 슬로베니아, 러시아, 세르비아 등 지금까지 한국문학이 발을 내딛지 못했던 불모지까지 진출함으로써 비로소 한국문학의 세계화의 첫 결실을 맺었다. 신경숙 씨의 표현대로 ‘엄마를 부탁해’가 ‘한국 문학의 첫눈’이 된 것이다. 

지난 6월 7일 파리 주불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엄마를 부탁해’의 불어판 출판기념회에서 독자들에게 책사인을 해주고 있는 소설가 신경숙 씨. 신 씨는 장장 4개월여에 걸친 미국 및 유럽 북투어를 마치고 24일 귀국한다. 한국문단 초유의 세계적 관심을 얻은 신 씨의 이번 경험이 그의 다음 작품에 어떻게 연결될지 독자들의 기대가 크다.

 단순한 해외 출간의 의미를 넘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상업적인 성공 또한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시장에서만 15만부 넘게 팔렸으며, 아마존닷컴 상반기 결산(Best of 2011 So Far)에서 편집자가 뽑은 베스트 10에 뽑히기도 했다. 이탈리아, 이스라엘 등지에서도 베스트셀러 10위권 안에 진입하는 등 세계인의 감성대를 울리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번 성공으로 신경숙 씨의 작가 인지도도 달라졌다. 신 씨가 9월 초 참가하는 호주 브리즈번 작가페스티벌의 주최 측은  신 씨를 ‘한국의 살아있는 보물’이라고 소개하며, 첫 영문 소설 ‘엄마를 부탁해’는 우리들의 엄마와 가족을 돌아보게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자연 세계 문학시장에서 ‘제2의 신경숙 찾기’로 이어지고 있다.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미국 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고, 이미 10개국에 수출된 소설 ‘혀’의 작가 조경란의 ’식빵 굽는 시간’ ‘복어’를 비롯해 한강의 ‘채식주의자’, 편혜영의 ‘재와 빨강’ 등도 거래가 추진되는 등 ‘신경숙 효과’가 기대된다. 한국문학의 진출이 더뎠던 일본시장에도 최근 활발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젊은 작가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출간된 것을 비롯, 김중혁의 ‘악기들의 도서관’, 하성란의 ‘A’등이 출간될 예정이다.

▶한국 문학 수출의 과제=‘엄마를 부탁해’의 성공은 신경숙 씨의 해외 판권을 관리하는 KL매니지먼트 이구용 대표의 시장개척의 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가와 에이전시 중심으로 움직이는 외국 출판시스템과 달리 출판사 중심인 우리의 출판구조는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데 공격적이기 힘든 구조다. 작가들로선 출판사와의 끈끈한 관계 때문에 에이전시와 독점계약을 맺는 게 쉽지 않은 점이 있다. 신경숙 씨의 경우도 여러 번  망설이다가 승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성공으로 에이전시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생겼지만 해외 수출을 전담하는 에이전시가 활성화되지 못한 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작품을 일일이 읽고 소개하려면 시간과 인력, 비용이 많이 드는 반면, 당장 눈에 보이는 효과가 나타나는 건 아니어서 쉽게 나서지 못하는 까닭이다.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번역본 샘플 지원 프로그램이 있지만 원하는 상황에서 적절한 시간에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이구용 대표는 “거래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당장 100페이지 번역할 사람이 필요한데, 지원하려면 지원기간과 심사기간이 있어 현실적으로 도움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현지 시장과 마케팅에 대한 이해, 시장 전략도 앞으로 한국문학이 세계문학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지금까지 정부의 지원 아래 이뤄진 해외 번역출판사업의 상당 부분은 현지의 상업시스템을 활용하지 않아 현지 반응이 미온적일 수밖에 없었다는 비판이 있다. 철저히 현지 출판 마케팅을 활용해야 평론가, 광고, 미디어 등 출판 권력에 다가갈 수 있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작가의 장기적 마케팅 전략도 가능하다. 가령 하루키의 경우 ‘1Q84’로 그동안 그의 문학을 좋아했던 기성세대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까지 아우르는 전략으로 일대전환점을 이루며, 세계시장에서 대성공을 거뒀다.

현지 언어와 문화, 문학적 감수성을 고루 갖춘 번역자의 양성도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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