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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출이자 힘들다”...운정3지구 토지주 자살
LH의 사업 재조정 대상인 경기도 파주시 운정3지구의 40대 토지주가 보상이 늦어지면서 은행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채 고민하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2일 파주경찰서와 운정3지구 수용 비상대책위원회(운정3지구 비대위)에 따르면이날 낮 12시께 파주시 교하읍 동패리 공원묘지에서 윤모(49)씨가 카니발 승합차 운전석에 숨져 있는 것을 성묘객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숨진 윤씨가 발견된 공원묘지는 운정3지구 수용 대상이다. 윤씨의 차 안 조수석에서는 농약병과 유서가 발견됐다.

윤씨는 ‘대통령님, 운정3지구 주민입니다’라는 제목으로 된 2장짜리 유서에서 “운정3지구 지장물 조사 다해놓고 시간 끌면 주민이 미리 준비한 시간은 뭡니까. 빨리 해결돼야 합니다”라고 적었다.

윤씨는 이어 “저 또한 운정3지구 희생양입니다. 열심히 살았는데 운정3지구 때문에 너무 힘들었습니다. 빠른 보상을 위해 제 목숨 바칩니다”라며 그동안 괴로웠던 심경을 전했다.

안산에서 자영업을 하던 윤씨는 곧 보상받을 것을 기대하며 은행에서 대출받았으나 보상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이자 부담이 어려워지면서 힘들어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의 부인은 경찰에서 “돈 관리를 남편이 다 해 언제, 얼마나 대출받았는지 잘 모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운정3지구 비대위가 지난해 조사한 토지주 현황에는 윤씨의 경우 운정3지구 예정지에 대지와 논 등 수천㎡를 갖고 있었으며 이를 담보로 은행에서 13억2천만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기재돼 있다. 경찰은 유족의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하는 한편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부검을 의뢰하기로 했다.

한편 파주시 교하읍 695만㎡에 3만2천가구를 건설하는 운정3지구 택지개발사업은 2009년 7월 보상 개시를 앞두고 LH의 사업 재검토 선언으로 중단되면서 토지주 1천706명이 대출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운정3지구 비대위는 토지주 1천45명이 모두 8천80억원의 빚을 지고 있는데, 불어난 대출 이자와 이를 갚기 위해 끌어들인 사채까지 합치면 1조2천억원에 이르고 있으며 대출금을 갚지 못해 경매처분된 부동산도 2007년 이후 매년 배 가량 증가하며 지난해말 현재 806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비대위 정상교 사무국장은 “그동안 보상 지연이 가정 불화 등으로 이어져 목숨을 끊은 사람만 7명으로 파악하고 있는데 이번처럼 보상 지연과 이자 부담이 직접적인 원인이 돼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경우는 처음으로 너무 안타깝다”며 “더 많은 피해자가 나오기 전에 서둘러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헤럴드 생생뉴스/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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