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니크 스트로스칸(62)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굴욕’이 계속되고 있다.
잡범 취급을 받으며 뉴욕시 라이커스 아일랜드 구치소 독방에 수감된 데 이어 이번에는 안팎으로 사임 압박을 받고 있다.
IMF 집행이사회 관계자들은 구치소에 있는 칸 총재와 접촉을 시도, 향후 그의 거취에 대한 의중을 물어볼 생각이라고 로이터통신을 통해 17일(현지시간) 밝혔다.
“지위 이용한 강압” 과거 성추문까지 다시 이슈
IMF “면책특권 적용 안돼”…美 사법절차따라 심판
한 관계자는 칸이 스스로 IMF 총재직을 사임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24명으로 구성된 IMF 집행이사회는 총재 직위를 박탈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그러나 또다른 IMF 관계자에 따르면 아직 이 같은 의견이 집행이사회 24인과 조율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유럽의 여성 재무장관들도 칸의 사임을 압박하고 나섰다.
마리아 페크터 오스트리아 재무장관과 엘레나 살가도 스페인 재무장관이 ‘파렴치한’ 성범죄자로 전락한 스트로스칸 IMF 총재의 자진 사임을 종용하고 나선 것이다.
EU 재무장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벨기에 브뤼셀을 찾은 페크터 장관은 “법원에 의해 보석신청이 기각된 현재 상황에서, 그(스트로스칸)는 자신이 IMF에 흠집을 내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살가도 총리도 “스트로스칸 총재는 자신에게 지워진 ‘매우 심각한’ 혐의를 감안했을 때 자진 사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무마됐던 과거 성추문 스캔들까지 다시 이슈화되면서 칸 총재는 더욱 궁지에 몰리고 있다.
칸 총재는 지난 2008년 당시 IMF의 서아프리카 지부 책임자였던 여성 경제학자 피로스카 나지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것이 드러났지만, IMF 집행이사회는 조사 결과 두 사람의 관계가 합의에 의한 것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스캔들도 직위를 남용한 강압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이 새롭게 제기된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7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 “2008년 스캔들 이후 나지가 IMF에 스트로스칸 총재의 부적절한 행동을 경고하는 서한을 보내 스캔들이 알려진 바와 달리 스트로스칸 총재의 직위를 이용한 강압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NYT는 당시 IMF 조사과정에서 이 같은 나지의 서한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사임 압박에 과거 스캔들까지 겹치면서 사면초가에 빠진 칸 총재는 스스로 살 길을 모색할 처지에까지 놓였다.
17일 IMF는 칸 총재에게 외교관들이 누리는 면책특권이 적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윌리엄 머레이 대변인 명의로 기자들에게 배포한 e-메일에서 “IMF 총재의 면책특권은 제한돼 있으며 이번 사안에는 면책특권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적었다.
IMF의 협정문에 따르면 IMF 스스로가 면책특권을 포기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소속 직원들이 공식적인 자격 안에서 행한 조치에 대해 법적인 절차를 면제받을 수 있다. 그러나 칸 총재의 이번 성폭행 미수 혐의 건이 면책특권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IMF가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힘에 따라 칸 총재는 결국 미국의 사법절차에 따라 심판을 받게 됐다.
윤희진 기자/jji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