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여성 장관들이 성폭행 혐의로 구속된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자진 사퇴를 압박하고 나섰다.
남성 지도자들이 “수갑을 찬 채 경찰에 이끌려 다니는 그의 모습을 지켜보는 게 곤혹스러웠고 참으로 서글펐다”(장-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 등 복잡한 시선을 보내는 반면 여성 장관들은 파렴치한 성범죄자로 전락한 그에 대해 엄격한 입장을 표시하고 있는 것.
마리아 페크터 오스트리아 재무장관은 17일 유럽연합(EU) 재무장관 회의에 참석하면서 마주친 기자들에게 “법원에 의해 보석신청이 기각된 현재 상황을 감안했을 때 그(스트로스-칸)는 자신이 IMF에 상처를 입히고 있음을 스스로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는 IMF에 누를 끼치지 말고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는 압박에 다름없다.
엘레나 살가도 스페인 재무장관도 “스트로스-칸 총재는 자신에게 지워진 ‘매우 심각한’ 혐의를 감안했을 때 자진사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살가도 장관은 또 “피해 여성이 주장하는 바가 사실이라고 가정했을 때 내가 누군가에게 연대감과 지지를 보여줘야 한다면 나는 (스트로스-칸이 아니라) 피해 여성에게 연대감과 지지를 보여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IMF는 성폭행 미수 혐의로 미국 뉴욕 경찰에 의해 체포된 스트로스-칸 총재에 외교관들이 누리는 면책특권이 적용될 수 없다고 이날 밝혔다. IMF는 윌리엄 머레이 대변인 명의로 기자들에게 배포한 이메일에서 “IMF 총재의면책특권은 제한돼 있으며, 이번 사안에는 면책특권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스트로스-칸 총재는 14일 뉴욕 맨해튼의 호텔에서 여종업원을 성폭행하려한 혐의 등으로 체포돼 기소됐으며 법원에 의해 보석신청도 기각돼 현재 뉴욕의 라이커스아일랜드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상태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