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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인 중 '1%' 희귀 면역유전자가 에이즈 치료
인류역사상 에이즈(후천성 면역결핍증)의 첫 치유사례가 학계에 보고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그 주인공인 티머시 레이 브라운(45)은 이날 지역 방송에 직접 출연해 “에이즈에서 나았다. 내 몸에 있던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는 이제 하나도 없다”고 단언했다. 미 지난해 12월 혈액학 분야의 최고 저널인 ‘블러드(Blood)’에서 그의 사례를 보고한 연구자들은 “(브라운 건강상태에 대한) 진단 결과는 HIV 감염에 대한 치유가 이뤄졌음을 강하게 시사한다”고 밝힌 바 있다.

브라운은 스물아홉 살이던 1995년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 양성 판정을 받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백혈병까지 발병했다. 2007년 독일 베를린에서 백혈병 치료를 받던 그는 HIV 면역 유전자를 가진 사람으로부터 골수 줄기세포를 이식받았다. 이른바 ‘베를린 환자’로 불리는 브라운은 수술 후 4년이 흐른 지금 몸에서 HIV가 완전히 사라지면서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에이즈의 ‘기능적인 치유’에 성공한 사례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CBS 방송은 미국인 남성에게 일어난 ‘기적’이 면역유전자 덕분이라고이 16일 소개했다. 베를린을 떠나 캘리포니아주(州) 샌프란시스코만 지역에 거주하는 브라운은 이날 방송에서 “수술을 받은 그날부터 HIV 치료제 투여를 중단했고 그 이후로 전혀 투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가 치료제 투여를 중단하고서도 에이즈에서 치유된 것은 줄기세포 기증자가 가지고 있었던 HIV 면역 유전자 덕분으로 보인다.

이 유전자는 코카서스(백인) 인종의 1%만 보유한 희귀 유전자로, 중세 유럽을 궤멸 위기로 몰았던 대흑사병 유행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면역성이 후손을 통해 전해진 것으로 일부 학자들은 추정한다. 세계 최초로 HIV를 공동 발견했으며 에이즈 연구 권위자인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제이 레비는 “브라운의 사례는 에이즈 치유 연구의 장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에이즈 전문가는 “‘베를린 환자’의 이야기는 굉장하지만 모든 환자에 일반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줄기세포 이식 수술 자체가 위험한 데다 딱 맞는 공여자를 찾기도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에이즈는 1980년대 후반 감염자가 빠르게 늘고 그에 얽힌 무시무시한 괴담이 급속히 퍼지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1985년 에이즈로 사망한 미국 영화배우 록 허드슨과 1991년 에이즈 감염사실을 공개하고 이후에도 건강하게 살고 있는 농구선수 매직 존슨 등 감염자들이 적극 홍보에 나서면서 에이즈는 혈액을 통해 감염되는 질병이며 조심하면 예방할 수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다.

전세계 HIV 양성 반응자가 3천3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브라운의 사례는 이들에게 고무적인 소식일 것이라고 영국 일간지 메일은 전했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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